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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플러스 유통기한 대신 소비기한 내년 1월 시행···"당분간 명칭만 바뀔듯"

이슈플러스 일반

유통기한 대신 소비기한 내년 1월 시행···"당분간 명칭만 바뀔듯"

등록 2022.07.07 14:16

CJ제일제당 관계자가 CJ블로썸캠퍼스 공장에 대한 설명을 하고 있다. 사진=식약처 제공/연합CJ제일제당 관계자가 CJ블로썸캠퍼스 공장에 대한 설명을 하고 있다. 사진=식약처 제공/연합

"이론만으로 소비기한을 설정할 수는 없어요. 열악하고 가혹한 환경 속에서 보관했을 때도 품질이 유지되는지 여러차례 실험이 필요합니다."

지난 6일 오후 충북 진천 CJ 블로썸캠퍼스에서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 출입기자들과 만난 이지은 CJ제일제당 품질안전담당 상무는 내년 1월 시행되는 소비기한 표기제 준비상황에 대한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식약처는 소비기한 표기제 시행을 약 6개월 앞두고 기자단에게 충북 진천에 위치한 CJ제일제당 블로썸캠퍼스, 충남 천안에 있는 대상라이프사이언스 천안2공장 현장을 공개했다.

두 회사는 각각 가정간편식, 메디푸드(특수의료용도식품) 분야에서 국내 1위를 점하고 있는 곳이다.

식약처는 내년 1월부터 식품 등에 표시하는 '섭취해도 안전에 이상이 없는 기한'을 영업자 중심의 유통기한(Sell-by date)에서 소비자 중심의 소비기한(Use-by date)으로 바꿔 표기하도록 했다.

유통기한은 통상 품질안전 한계기간의 60∼70%로, 소비기한은 80∼90%로 설정된다. 유통기한이 소비기한으로 바뀌면서 표기되는 기간이 길어지는 셈이다.

유통기한이 섭취가능 기한으로 인식돼 유통기한이 지난 제품을 섭취해도 될지에 대한 혼란이 있고, 이에 따라 불필요하게 폐기되는 식품도 많다는 점이 고려됐다.

또 유럽·미국·일본·호주 등 대부분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이 소비기한을 사용하는 국제적 추세도 반영했다.

하지만, 보관 기간이 길어지는 만큼 식품 안전성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업계는 소비기한 표기제 시행 후에도 한동안은 기간 표시에 기존 '유통기한'의 기간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대표 식품 제조기업인 CJ제일제당조차 내년 제도 시행 때는 현재 사용 중인 '유통기한'의 기간은 그대로 두고 명칭만 '소비기한'으로 바꿀 예정이기 때문이다.

식약처는 제조·가공업자가 제품의 특성과 유통과정을 고려해 품질을 보장할 수 있는 소비기한을 직접 설정하도록 했는데, 업체로서는 제품마다 소비기한을 확인하기 위한 각종 실험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 상무는 "실제 소비기한을 표기하려면 유통기한보다 늘어난 기간 동안 제품이 안전하다는 확신이 있어야 하고, 그런 확신을 갖기 위해서는 물리적인 시간이 필요한 상황이다. 지금으로서는 소비자가 소비기한으로 표기한다는 것을 인식할 수 있도록 명칭을 바꾸고, 각종 실험을 통해 단계적으로 제품별 실제 소비기한을 표기할 계획"이라고 했다.

결국 기업 입장에서는 섣불리 소비기한을 표기했다가 발생할 수 있는 '사고'를 예방하는 것을 택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현재의 유통기한이 소비기한이 돼 식료품 폐기를 줄인다는 정부의 목표와 달리 오히려 유통기한이 지난 제품이 소비기한이 지난 것으로 인식돼 식료품 폐기는 당분간 오히려 늘어날 수 있다.

식약처는 이같은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 4년간 200개 품목에 대한 '권장소비기한'을 설정, 공개할 계획이다. 올해는 50개 품목에 대한 권장소비기한 공개를 추진하고 있다.

또 식품산업협회와 함께 '소비기한연구센터'를 만들어 오는 12일에는 개소식과 함께 업체 관계자들과 간담회를 갖는다.

권오상 식약처 식품안전정책국장은 "제도는 내년에 시행되지만 완전히 정착되기에는 시간이 필요한 부분이 있다"며 "소비기한 표기는 업체의 자율책임·부담이지만 정부도 권장소비기한 설정 등 필요한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기자단이 찾은 두 회사의 공장은 '무인'에 가까운 첨단 식품생산시설을 자랑했다.

특히 식품안전관리인증기준(HACCP·해썹) 인증을 받았음은 물론, 해썹을 사물인터넷(IoT)과 접목한 스마트해썹 인증을 준비 중인 곳으로 모든 제품 공정이 시스템화돼있었다.

지난해 문을 연 대상라이프사이언스의 천안 2공장은 원료 계량·투입·혼합, 1·2차 여과, 멸균, 충진, 밀봉 등 대부분의 과정이 연동돼 하나의 과정에서 문제가 감지되면 자동으로 기계가 멈추도록 설계됐다. 이물질이 발견될 경우 제품 생산은 중단되고 4∼5시간이 걸리는 세척 과정을 거쳐야 생산이 재개된다.

균형영양식 '뉴케어', 단백질음료 '마이밀' 등을 생산하는 이 공장은 흡사 반도체 공장을 연상하게 할 정도로 철저한 위생 절차를 지키고 있었다.

방진복을 입는 것은 물론이고, 공장으로 들어가기 위해 거쳐야 하는 에어샤워실의 문은 손 소독을 해야만 열렸다. 화장실에서 나올 때도 손 소독을 하지 않으면 자동문이 열리지 않았다.

대상라이프사이언스는 인구 고령화 추세와 영양균형에 대한 높아진 관심 등에 힘입어 현재 2만4천t(톤)인 연간 생산 규모를 앞으로 설비 증설을 통해 9만t 이상으로 늘릴 계획이다.

CJ제일제당의 '햇반' 제조 공정 역시 거대한 기계로 자동화돼있어 사람의 손이 닿을 일이 거의 없어 보였다. 방진복을 입고 기계 사이를 돌아다니는 사람들의 역할을 묻자 "전체 시스템이 잘 돌아가고 있는지 확인하거나 기계가 걸러내는 불량품을 검안하고 폐기하는 일을 한다"는 답이 돌아왔다.

이곳에서는 6개 라인에서 하루 90만개의 백미 햇반이 만들어지는데, CJ제일제당은 햇반 생산 시설 대규모 증설도 계획 중이다.

공장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로 가정간편식 시장이 매우 커졌다. 처음에는 '반짝 효과'가 아닐까 했는데 '포스트 코로나'가 된 이후에도 시장 규모가 유지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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