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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생명, ‘4300억원’ 즉시연금 소송 1심 패소···“항소여부 검토”(종합)

法 “삼성생명, 즉시연금 상품설명 불충분” 판단
삼성생명, 논의 우선···항소 여부 당장 결정 안해
업계는 항소 가능성에 무게···주주와 마찰도 고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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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생명이 보험금 4300억원이 걸려있는 즉시연금 소송 1심 판결에서 패소하면서 전영묵 삼성생명 대표이사가 풀어가야 할 숙제도 늘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5부는 이날 오후 열린 1심 선고심에서 A씨 등 57명이 삼성생명을 대상으로 낸 보험금 지급 소송에서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법원은 삼성생명의 즉시연금 상품 약관에 공제금과 관련한 내용이 명시되지 않아 소비자에게 혼선을 주고 금융상품 설명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는 취지로 이번 판결을 내렸다.

이에 전영묵 삼성생명 대표이사는 실적 반등 과제와 즉시연금 소송전에서 승기를 잡아야 할 책임까지 어깨에 얹게 됐다. 전 대표이사 취임 후 순이익 감소, 자산운용 수익이익률 하락, 배당금 축소 등으로 일각에선 ‘자질론’까지 고개를 들고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즉시연금 소송을 어떻게 풀어내느냐에 따라 전 대표이사의 입지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전 대표이사 취임 후 삼성생명의 영업이익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지난해 삼성생명의 연결기준 순이익은 1조3705억원으로 지난 2018년(1조7337억원)보다 약 3500억원 적었다. 전년보다 약 3000억원 가량 증가한 수치이지만 아직은 과거 실적에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영업이익도 2018년엔 2조5833억원을 기록했으나 지난해엔 1조7900억원에 그쳤다.

자산운용 수익률 역시 지난 2018년 4.15%에서 지난해 2.75%로 떨어졌다. 이에 운용이익도 지난해 6조원대를 기록하면서 2018년(8조원대)에 비해 크게 줄었다.

일단 삼성생명은 즉각 대응보다 판결문 검토 후 항소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1심에 패소했지만 항소 여부는 판결문을 토대로 논의를 거친 후 신중하게 결정할 것”이라며 “보험금 규모가 큰 만큼 소송 지급 금액과 비용 처리 변수를 고려해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업계는 삼성생명 역시 여타 보험사들과 마찬가지로 항소를 진행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는 해당 사건의 시발점이 삼성생명인 만큼 사안을 끌어가야 할 역할 부여도 고려된 전망이다.

우선 삼성생명이 서류상 고객이 충분히 인지할 수 있도록 명시하고 설명도 진행했다는 주장을 이어왔다는 점이 첫 번째 이유다. 앞서 삼성생명은 “상품 승인 과정에서 금융당국에 상품 약관과 산출 방법서 등 관련 내용을 명시한 서류를 모두 첨부했고 관련 내용을 고의로 누락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앞서 1심에서 승리를 거둔 NH농협생명은 ‘개시일로부터 만 1개월 이후 계약 해당일부터 연금 지급 개시 시의 연금계약 적립금을 기준으로 계산한 연금월액을 매월 계약 해당일에 지급한다. 다만, 가입 후 5년간은 연금월액을 적게 하여 5년 이후 연금계약 적립금이 보험료와 같도록 한다’는 내용을 약관에 명시했다. 법원은 농협생명이 소비자들에게 정확한 정보를 약관에 담은 것으로 보고 피고 승소를 결정했다.

삼성생명도 농협생명이 상품 설명 의무 이행을 인정 받았 듯 관련 사항에 대해 계속 다퉈볼 여지가 있다고 판단할 가능성이 크다.

두 번째로 삼성생명이 주식회사인 만큼 패소 결과를 쉽게 받아들일 경우 주주와의 문제도 불거질 수 있다는 점도 항소의 이유로 작용할 전망이다.

이미 전 대표이사 취임 이후 주주 배당금이 줄어든 상황에서 당장 큰 규모의 보험금을 지불한다는 소식은 주주들의 반발을 사기 충분하다. 실제 삼성생명의 2018년 주당 배당금이 2650원이었던 대비해 지난해에는 2500억원에 그쳤다.

만약 삼성생명이 항소를 결정한다면 송을 제기한 소비자들은 적어도 2년이 넘는 시간 동안 긴 싸움을 이어가야 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금감원은 이런 생보사들의 소송전 대응에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금감원은 “즉시연금 소송은 금감원도 당사자이기 때문에 당연히 승소해야 하는 재판”이라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팬데믹이나 보험 회계 분야의 전문성을 고려하더라도 소송이 지나치게 지연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만약 보험사가 소멸시효 주장을 꺼낸다면 금감원이 그대로 두지 않고 나설 것”이라며 강경한 입장을 밝혔다.

한편, 즉시연금은 소비자가 보험 가입 당시 보험료 전액을 한 번에 납부하면, 보험사가 이를 운용하며 매월 연금을 지급하는 상품이다. 그러다 가입자가 사망하거나 만기일이 되면 보험료 원금을 대부분 돌려주는 구조다.

다만, 삼성생명 등 보험사들은 1억원을 돌려줄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매달 지급하는 이자에서 일정 적립액(사업비 등)을 공제했다.

그러나 가입자들은 공제 내용이 약관에 명시되지 않았으며 보험사들 역시 설명 의무를 불이행했다며 지난 2017년 금융당국에 민원을 제기했다.

당시 금융감독원은 보험사가 약관에 분명한 명시를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생보사들에게 연금액을 모두 돌려주라고 권고했다. 삼성생명은 금감원의 권고를 받아들였지만 금감원은 해당 사건을 근거로 삼성생명이 판매한 즉시연금 상품 5만5000여 건을 포함, 전 생명보험사에 같은 사례에 대한 구제를 요구했다.

미지급액은 3대 생명보험사인 삼성생명 4300억원, 한화생명 850억원, 교보생명 700억원 수준이다. KB생명보험(400억원), 미래에셋생명(200억원) 등 총 1조원에 이른다. 이에 보험사들은 약관에 대한 해석 여지를 두고 법원 판결을 받기로 하면서 사건은 법적 다툼으로 불거졌다.

이수정 기자 cryst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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