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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보생명 가치산정 부정청탁 관련 첫 공판···신창재 웃을까

삼덕회계법인 회계사 A씨 공판으로 본격 시작
공판 결과→신 회장 걸린 ICC 소송에도 영향
가격 분쟁에서 ‘부정 회계’ 이슈로 번지는 양상
“풋옵션 가격 재산정 여지 커졌다고 볼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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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의 명운이 달린 ‘주식 풋옵션 분쟁’의 핵심인 재무적투자자(FI)와 회계법인 간 부정청탁 관련 공판이 본격 시작됐다.

앞서 신 회장과 사모펀드인 어피너티 컨소시엄(FI)이 벌이고 있는 풋옵션 분쟁이 단순 가격 분쟁에 머물지 않고 부정청탁 문제로 번지면서 신 회장이 승세가 강해졌다는 평가가 나왔다.

교보생명이 부정청탁을 이유로 어피너티 컨소와 안진회계법인을 고발한 데서 파생한 이번 공판 결과는 향후 ‘주식 풋옵션 분쟁’ 최종 결과에 무게추가 될 전망이다.

◇첫 관련 공판, 삼덕회계법인 소속 회계사 A씨=신 회장과 교보생명은 세 가지 소송전에 엮여있다. 우선 어피너티 컨소가 신 회장을 상대로 ‘국제상업회의소에 풋옵션 행사 가격 중재’를 요청한 것으로 이때까지만 해도 쟁점은 ‘가격이 적합한가’였다.

그러다 지난해 교보생명은 어피너티 컨소가 안진회계법인에 주가를 부풀려 달라는 청탁을 했다고 검찰에 고발했고, 같은 이유로 또 다른 FI인 어팔마캐피탈과 삼덕회계법인도 고발했다.

이 중 지난 10일 진행된 관련 공판은 교보생명과 풋옵션 분쟁으로 엮인 FI 중 하나인 어펄마캐필털의 의뢰로 보고서를 작성한 삼덕회계법인 소속 회계사 A씨에 대해 열렸다.

피고인 A씨는 앞서 교보생명의 재무적투자자(FI)인 어피너티컨소로부터 부정청탁을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된 안진회계법인이 작성한 보고서를 그대로 인용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A씨가 교보생명 재무적투자자인 어펄마캐피털의 의뢰로 기업가치평가 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안진회계법인이 작성한 보고서의 평가방법과 평가금액 등을 단순한 오류 조차 수정하지 않고 인용해 받아썼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검찰은 A씨가 교보생명에 자료를 요청하지 않았음에도 필요한 자료를 제공받지 못했다고 서술하고 용역기간을 부풀려 허위보고를 했다며 공인회계사법에 위반한다고 공소 취지를 밝혔다.

반면 피고측 변호인단은 “촉박한 기간 업무를 수행하며 기존에 작업한 안진회계법인의 보고서가 있어 활용했으나, 단순히 받아 쓴 것은 아니고 적정성을 검증해 결론을 냈다”고 받아쳤다.

이어 “기업 가치평가 업무는 공인회계사법 제2조, 제 15조에서 말하는 직무에 포함되지 않는다”며 “공인회계사만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보고서에 사용된 상대가치평가법 등은 회계장부와는 아무 관련이 없는 업무”라고 부연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기업 가치평가보고서가 다른 공인회계사가 한 업무의 정확성을 검증하는 일은 아니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또한 상대가치평가법 등을 사용해도 해당 회사의 재무제표를 활용하는 것은 기본이므로 변호인단이 회계사의 본업을 부정하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삼덕회계법인 소속 회계사 A씨에 대한 2차 공판기일은 오는 31일로 예정됐다.

교보생명의 기업가치 평가 조작으로 현재까지 검찰에 기소된 인원은 삼덕회계법인 소속 회계사 A씨와 안진회계법인 소속 회계사 3명,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 IMM PE 관계자 2명 등 모두 6명이다. 소재 불분명에 따라 기소 중지된 베어링 PE 관계자 1명까지 합하면 총 7명이 위법행위를 저질렀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시작은 ‘가격분쟁’이었으나, 끝은 ‘부정청탁’으로=분쟁의 시작은 지난 201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해 9월 신 회장은 어피너티 컨소에 대우인터내셔널(현 포스코대우)이 보유한 교보생명 지분 24%를 주당 24만5000원에 넘겼다.

이때 교보생명이 3년 내 상장하지 않으면 주식 매수를 요구할 수 있는 풋옵션을 건 게 사건의 시발점이다.

이후 기한 내 상장을 하지 못한 교보생명에 대해 어피너티 컨소는 2018년 10월 풋옵션을 행사했다. 당시 어피너티 컨소가 산출한 주당 가격은 40만9912원이었다. 이는 유사 상장 생명보험사의 2017년 6월부터 2018년 6월까지 주가를 평균 낸 결과다.

비상장 주식 가치의 다양한 평가법 중 하나는 풋옵션 행사 시 주가를 풋옵션 행사일 직전 5일 혹은 전날 거래가격으로 평가하는 것이다. 이에 근거해 당시 교보생명은 자사 주식 가치를 주당 20만원대로 추산했다. FI와 교보생명 간의 풋옵션 행사 가격이 두 배 가까이 차이 났던 것.

이 때문에 교보생명은 FI의 주식가치 평가 결과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결국 어피너티 컨소는 ICC에 평가보고서를 보내며 신 회장과의 중재를 신청하기에 이르렀고 이는 공식적인 첫 번째 소송전이됐다.

이 가운데 교보생명은 지난해 4월 어피너티와 안진회계법인 사이에 부정한 청탁이 있었다고 보고 FI와 회계법인 관계자를 검찰에 고발했다. 검찰은 이를 받아들여 해당 회계사가 어피너티 컨소의 풋옵션 청구 과정에서 주식가치를 부풀려 평가했다고 보고 재판에 넘겼다.

또 다른 FI인 어펄마캐피탈(5.33% 주주)과 삼덕회계법인도 같은 이유로 심판대에 오르게 됐다. 검찰은 어펄마캐피탈로부터 주식 가치 평가를 의뢰받은 삼덕회계법인 회계사가 안진회계법인의 보고서를 베껴 쓴 것으로 보고 있고, 해당 공판이 지난 10일 열렸다.

속도가 가장 빠른 삼덕회계법인 회계사 관련 공판은 지난 7월 세 번째 공판준비기일을 끝으로 첫 번째 공판이 마무리됐으며, 법정 휴정일을 고려했을 때 최종 결과는 하반기 나올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재판 결과가 ICC 중재 소송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있을 것”이라며 “검찰의 기소로 사건의 쟁점이 사모펀드와 회계법인 간 부정 거래 의혹으로 옮겨졌기 때문에 교보생명은 풋옵션 가격 재산정 여지가 커졌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수정 기자 cryst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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