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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영재의 ESG 전망대

ESG 시대의 종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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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내내 ESG 경영을 성원하는 응원가로 온통 시끄럽더니, 어느새 ESG의 종언을 뜻하는 장송곡으로 시끄럽다. 지난 2월 24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그 변곡점이 되었다. 그 전과 후, 경제와 금융, 세상의 판이 바뀌었다.

각종 ESG펀드에 유입됐던 돈이 썰물처럼 빠져 나가, '비(非)ESG'적인 에너지와 무기관련 펀드나 기업으로 밀물처럼 밀려갔다. 그 결과 그간 ESG투자에서 배제됐던 섹터의 종목들은 주가가 올랐지만 상대적으로 ESG선호 섹터들의 주가는 하락하고 있다.

세상 변화 방향의 길목을 먼저 지킨다는 민첩한 '돈'이 ESG에서 비(非)ESG로 이동하고 있는 것이다. 전 세계적인 현상이다. 과연 ESG시대는 이렇게 빨리 저물고 마는 것일까.

"결코 아니다." 필자의 단정적 결론이자 위 물음에 대한 답변이다. 향후에도 ESG는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과 무관하게 속도의 완급을 조절하며 지속적으로 확산, 발전할 것이다.

이는 장강(長江)의 새 물결이 옛 물결을 밀어 내며 도도하게 대양으로 흘러가는 것에 비유된다. 지난 20여년간 ESG이슈에 대해 나름 치열하게 고민하며 시장을 살펴 왔던 사람으로서 이 정도 단언이 비례(非禮)나 속단으로 폄훼되지 않기를 바라며 그 근거 몇 가지를 적어 본다.

우선 ESG는 기업의 비재무성과를 평가 분석하는 잣대로 더욱 심화·발전해 나갈 것이다. 주지하듯 기업성과는 재무 측면과 비재무 측면으로, 기업 자산은 유형자산과 무형자산으로 대별된다.

글로벌 금융자문사인 오션 토모은 S&P500 기업의 시가총액에서 유·무형자산이 차지하는 각각의 비중을 분석했다. 즉 1975년에는 유형자산이 83%, 무형자산이 17%를 차지했으나 2020년에는 각각 10%, 90%로 크게 역전됐다. 즉 기업 시가총액의 90%를 무형자산이 담당하는 것이다. 혁신역량, 지적재산권, CEO, 명성, 브랜드, 이해관계자 관계관리, 기업문화, 회복탄력성 등이 대표적인 무형자산이다.

그러나 지난 한 세기동안 이 중요한 무형자산에 대한 평가가 상대적으로 간과되었다. 산업의 부가가치 창출 원동력이 유형자산에서 무형자산으로 크게 이동했음에도 불구하고, 투자자와 분석가는 유형자산과 재무분석 위주의 구시대적 분석틀에 갇혀 있었다. 무형자산 등에 대한 체계적 객관적 평가분석이 쉽지 않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허나 지난 20년 전부터 기업의 무형적 비재무적 요소들을 평가할 수 있는 다양한 ESG평가 모델들이 등장했다. 각종 빅데이터 분석 기법들도 나날이 발전하고 있다. 빙산의 일각에 불과한 유형자산을 떠받치고 있는 수면 아래의 거대한 무형자산을 평가할 수 있는 프레임웍과 방법론들이 비로소 등장한 것이다.

이에 화답하며 국제회계기준(IFRS)재단이 발 벗고 나섰다. 작년 4월 그 산하에 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ISSB)를 설립해 국제적으로 인정되는 단일의 지속가능성(ESG) 공시기준을 제정하기로 결정했다. 세계경제포럼(WEF), 글로벌 공시 이니셔티브(GRI), 기후변화 재무공시 태스크 포스(TCFD), 지속가능회계기준위원회(SASB) 등의 유력 기구들도 ISSB에 힘을 보태고 있다.

ISSB가 ESG정보공시 표준안을 확정짓기까지 향후 수년이 더 소요되겠지만 전통적 기업 회계기준 내에 ESG요소가 도입되는 것은 예정된 미래라고 할 수 있다. ESG는 전쟁과 무관하게 ESG의 '회계공시화'라는 도도한 흐름에 편승해 더욱 발전할 것이다.

둘째,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은 아무리 길어야 수년 가량 예상되지만, 기후위기와의 싸움은 다음 세대까지 이어질 전쟁이다. 그 선전포고는 이미 반세기 전부터 시작되었다. 1972년 로마클럽은 '성장의 한계'라는 보고서에서 폭증하는 세계 인구와 자원 사용을 지구가 더는 감당하지 못할 것이라고 경고하며, 그 해법으로서 '지속가능성 혁명'을 제시했다.

로마클럽이 제시한 화두는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1987년 노르웨이 브룬트란트수상은 3년간에 걸쳐 세계 각국 석학들의 의견을 모아 '우리 공동의 미래'라는 보고서를 유엔과 함께 발표했다. 여기서 '지속가능한 발전'의 개념이 체계적으로 제시되었다.

이후 1992년 브라질 리우회담, 1997년 교토프로토콜, 2015년 파리 기후협약 등으로 이어지며 마침내 2050년 탄소 중립의 세기적 아젠다가 등장했다. 탄소중립을 선언한 국가 수는 작년 말 기준으로 이미 130개국을 넘어섰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상관없이 기후위기와의 전쟁은 향후 수십 년간 지속될 수밖에 없는 현재와 미래 진행형의 인류사적 전쟁이다.

셋째, 전통적인 주주자본주의에서 이해관계자 자본주의로의 패러다임 전환으로 인해 ESG는 더욱 주목받을 것이다.

주주자본주의 폐해의 결과물이었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앞서의 전환을 촉발시켰다. 이후 2019년 한국판 전경련인 미국 비즈니스라운드테이블(BRT)에서 "기업의 목적을 주주에 대한 헌신과 이윤 극대화를 넘어 종업원, 고객, 납품업체 등 모든 이해관계자 이익 제고로까지 확대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1997년 이후 22년 동안 그들을 지배해 왔던 '주주 최우선주의'라는 경영 원칙을 내려놓은 순간이다.

여기에는 아마존, 애플, JP모건, 뱅크오브아메리카, 보잉, GM 등 미국을 대표하는 기업들이 망라되었다. 2020년 세계경제포럼 역시 '2020년 다보스 성명'을 통해 "기업은 장기적 번영을 위해 이해관계자 이익을 주주이익과 동시에 추구해야 한다."라고 천명했다. ESG는 기업의 이해관계자 관계 관리 수준과 그 위험 및 기회 요인을 판별하고 관리해 주는 유용한 수단으로 계속 발전해 나갈 것이다.

그러나 현재의 다양한 'ESG프레임웍'이 완결적인 불변의 바이블은 결코 아니다. 현재의 ESG는 '기업의 비재무성과 및 무형자산', '지속가능성', '이해관계자 관계'라는 세 가지 자본주의 미래 트렌드를 정합적으로 평가 분석하는데 있어서 일정한 한계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크게 두 가지 방향으로 보정되며 진화해 나갈 것이다. 우선, ESG라는 더미의 분리가 일어날 공산이 크다. 상관성이 낮고 정합적이 않아 보이는 E, S, G 각각이 하나의 더미 속에서 다뤄지는 것은 인위적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사실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지속가능성 성과 프레임웍으로서 SEE(Social, Environmental, Ethical), GSEE(Governance & SEE), TBL(Triple Bottom Line), 3Ps(Profit, People, Planet) 등 다양한 용어가 각축전을 벌이다 유엔의 한 보고서에 의해 ESG로 묶였는데, 미래에는 E, S, G 각각이 독립적으로 분화 발전해 나갈 가능성도 존재한다.
다른 한편, 기업의 비재무적 요소, 지속가능성, 이해관계자 측면을 평가함에 있어서 'ESG'만으로는 불충분하다는 문제가 제기될 수도 있다. 따라서 ESG 외에 혁신 역량(Innovation), 기업문화(Corporate Culture), 최고경영자 도덕성과 탁월성(CEO Integrity & Excellence), 회복 탄력성(Resilience),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 등 새로운 영역이 추가되어 ESG2.0이나 3.0 버전으로 확장 진화할 가능성도 존재한다.

이제 글을 맺고자 한다. 시장에는 장기적 관점과 단기적 관점이 존재한다. 워렌 버핏을 위시한 많은 투자의 고수들은 장기투자를 권유한다. 그것이 투자 성공의 첩경이자 왕도라는 이유 때문이다. 그러나 대다수 보통 사람들은 눈앞의 현상과 당장의 시끄러운 소음에 즉각 반응하고 본능적으로 그에 이끌리며 행동한다. 그것이 실리와 명분 둘 다 얻는 것이라고 착각하면서!

때문에 쉽사리 장기적 관점을 놓치고 단기적 관점에 부화뇌동하다 결국은 실리와 명분 모두를 잃는다. 그러나 세상의 변동성과 불확실성이 높고, 시끄러울수록 현재의 소음보다 미래의 소리에 귀를 여는 연습을 해야 한다. 그것은 다름 아닌 기후와 빈곤과의 인류 최대 전쟁의 굉음일 것이다. ESG는 그것에 귀를 열게 하는 보청기와 같은 역할을 할 것이다. '한 시기의 소음'보다 '한 시대의 소리'에 더욱 귀 기울이며 응답해 나갈 때 투자에도 경영에도 성공한다. 투자 현인들의 말이다.

정백현 기자 andrew.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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