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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단 내린 삼성, 손실 우려에도 고객 신뢰 택했다

용단 내린 삼성, 손실 우려에도 고객 신뢰 택했다

등록 2016.09.03 10:40

수정 2016.09.03 10:41

정백현

  기자

1조원 이상 손해에도 고객 안전 보호 먼저 생각장기적으로는 브랜드 이미지 제고에 긍정 효과소비자 응대 냉소적이던 국내 기업에도 큰 교훈

고동진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장 겸 사장이 2일 오후 서울 태평로 삼성본관 대회의실에서 열린 품질 분석 결과 긴급 브리핑에 참석해 취재진의 질문에 응답하고 있다. 사진=이수길 기자 사진=이수길 기자 leo2004@newsway.co.kr고동진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장 겸 사장이 2일 오후 서울 태평로 삼성본관 대회의실에서 열린 품질 분석 결과 긴급 브리핑에 참석해 취재진의 질문에 응답하고 있다. 사진=이수길 기자 사진=이수길 기자 leo2004@newsway.co.kr

삼성전자가 거액의 손실이 우려되는 상황 속에서도 고객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갤럭시노트7 전량 리콜이라는 용단을 내렸다.

삼성전자는 지난 2일 고동진 무선사업부장 겸 사장을 통해 현재 생산된 250만대 분량의 갤럭시노트7 전량을 회수하고 이를 신제품으로 교환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지난 8월 24일 충전 중이던 갤럭시노트7에서 폭발 사고가 일어났다고 최초 접수된 이후 열흘 만이다.

고동진 사장은 “배터리 셀 공정상의 미세한 결함에 의해 폭발 사고가 발생했다”며 “마음이 아플 정도로 큰 금전적 손실이 우려되지만 고객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생각하고 고객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신제품 교환을 택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국내 시장에서 3일부터 전국 서비스센터를 통해 고객들이 이미 개통된 갤럭시노트7의 결함 여부를 알아볼 수 있게 했으며 갤럭시노트7 신제품 교환을 요구하는 고객에 대해서는 오는 19일부터 교환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아울러 갤럭시노트7 이외의 삼성 스마트폰으로 교환을 요청할 경우에는 고객이 원하는 제품으로 바로 교환할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할 계획이다. 해외 시장에서는 기존 제품 회수 과정을 거쳐 자재 수급과 제품 생산 준비가 끝나는 대로 리콜이 진행될 예정이다.

삼성전자가 이번 갤럭시노트7 리콜 조치로 인해 입을 것으로 우려되는 금전적인 손실은 약 1조원에서 1조5000억원에 이른다. 품질에 대한 불신 등으로 고객들이 이탈할 수 있다는 점까지 감안한다면 손실액은 최대 2조원까지 늘어날 수 있다.

확실한 반등세에 접어든 삼성전자의 경영 실적을 감안한다면 이번 손실은 매우 뼈아픈 선택이다. 현재 판매 중인 갤럭시 시리즈의 흥행 여부가 최대 변수지만 올 3분기와 4분기 실적에 리콜로 인한 손실이 반영되기 때문에 지난해보다 나빠진 성적표를 받을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봤을 때는 삼성전자가 긍정적으로 챙기는 것이 많아질 것이라는 예측이 지배적이다. 단기적으로는 손실을 입었지만 이번 리콜 결정을 통해 장기적으로는 고객 충성도를 높이는 계기를 마련했고 브랜드 신뢰도 역시 높아졌다고 보고 있다.

일각에서는 지난 1995년 이건희 회장의 지시에 따라 진행된 일명 ‘애니콜 화형식’ 이후 애니콜이라는 브랜드가 세계적인 휴대전화의 대표작으로 성장한 전례가 있는 만큼 이번 리콜 이후에도 삼성 스마트폰의 품질 관리에 새로운 전기가 마련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이미 증권가에서는 삼성전자의 이번 결정을 매우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이세철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결정은 장기적으로 볼 때 삼성전자의 브랜드 신뢰도를 높이는 좋은 선택”이라면서 “소비자 신뢰도 향상으로 4분기 실적 회복도 기대된다”고 진단했다.

이번 리콜은 국내 재계에도 여러 면으로 의미하는 바가 크다. 그동안 다수의 국내 기업들은 자동차 급발진 의혹 사고나 생활용품의 각종 부작용이나 결함에도 모르쇠로 일관해왔다. 대부분 고객의 과실 때문에 사고가 발생했고 결함을 부정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국내 최대 기업인 삼성이 실수를 인정하고 과감하게 리콜을 결단하면서 다른 기업도 소비자 응대에 대한 관념을 바꾸지 않겠느냐고 조심스럽게 내다보고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삼성전자의 리콜 결정은 제품 마케팅에만 신경을 쓰고 구매 이후 소비자들에게 냉소적이던 국내 기업의 관행을 깨는 신선한 충격이 될 것”이라면서 “삼성전자 외에 다른 기업들도 고객과의 신뢰 강화를 위한 행동에 스스로 동참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정백현 기자 andrew.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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