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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산에 자존심 구긴 이건희의 '초일류기업'

[기자수첩]불산에 자존심 구긴 이건희의 '초일류기업'

등록 2013.01.30 15:49

민철

  기자

불산에 자존심 구긴 이건희의 '초일류기업' 기사의 사진

'관리 소홀, 늑장 신고, 사고 축소·은폐 의혹' 지난해 매출 200조-영업이익 29조란 신기원을 이뤄낸 삼성전자다.

하지만 불산 사태에서 드러난 삼성전자의 태도는 이같이 요약된다. 삼성의 대처와 사태 수습을 지켜볼 때 그간 강조해온 '초인류기업'이란 말이 무색해진다.

삼성전자 화성사업장 반도체 생산라인에서 유출된 불산으로 1명이 숨지고 4명이 부상당해 치료를 받고 있다. 구미 불산 누출 사고 기억은 아직도 생생하다.

당시 5명이 사망하고 농작물 축산 산림에 큰 피해를 입혀 정부가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까지 하는 등 지역민들은 불산 악몽에서 아직도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더 큰 문제는 삼성의 태도다. 삼성전자의 사고 경위와 대처는 초일류기업이라기 보다는 후진국에서나 봄직한 일이다다.

유독물질 관리는 물론 관계기관 신고, 직원 안전관리 등에서 총체적으로 부실하게 대응한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경찰과 삼성전자에 따르면 화성사업장 생산 11라인에서 이상 징후가 발견된 시각은 27일 오후 1시22분이다. 그러나 작업 중에 누출된 화학물질로 오후 1시30분쯤 사망자가 발생함에 따라 28일 오후 2시40분쯤 인허가 관청인 경기도청에 신고했다.

사건 발생 하루가 지나서야 관할 당국에 신고한 것으로, 만약 사망자가 발생하지 않았다면 삼성의 불산 사고는 사내 '입막음' 속에 비밀로 부쳐졌을 것이다.

불산 누출 직후 직원 뿐 아니라 인근 주민에게도 불산 누출 사실을 알리지 않고, 대피령 또한 내리지 않았다. 이는 결국 불산 누출 사실을 은폐하기 위한 삼성의 의도라고 밖에 달리 해석되지 않는다.

더욱 믿기 어려운 일은 사고 발생 직후 관리업체인 STI서비스가 수리를 시작할 때까지 장시간 동안 누출부위를 '비닐봉지'로 막은 상태였다고 한다.

불산은 피부에 묻으면 심한 화상을 입을 수 있으며 기체 상태에서 호흡기를 통해 마시면 기도에 출혈성 궤양과 폐수종을 일으킬 수 있는 맹독성 물질이다.

이와함께 사고를 수습하기 위해 출동한 경찰과 소방서의 접근을 지연했다는 의혹도 제기된 상태다.

최근 불산 등 맹독성 물질 누출 사고로 국민들이 불안해하고 있는 상황에서 글로벌 기업에서 허술하기 짝이 없는 초동 대처와 대응과정 등의 단면들이 이건희 회장이 그리는 '초일류기업'상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이번 불산 사건으로 삼성의 이미지에 큰 오점을 남기는 동시에 삼성의 '비밀주의'가 또다시 도마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삼성은 이러한 사태가 반복되지 않도록 관계부처에 적극적으로 협조해야 하며, 특히 사고 은폐 의혹을 제대로 밝혀야 한다.

이번 기회에 삼성은 '비밀주의'가 과연 삼성 전체를 위하는 일인지, 또 이건희 회장의 '초일류기업' 목표를 위하는 일인지 스스로 자문해봐야 할 것이다.



민철 기자 tamados@

뉴스웨이 민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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