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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정 기자
등록 :
2019-12-03 13:13

[He is]GS 지휘봉 내려놓은 ‘재계의 신사’ 허창수

2004년 LG에서 분리 후 초대 회장직 수행
매출 68조·자산 63조 재계8위 도약에 기여
전경련 회장 4차례 연속 맡은 ‘재계의 맏형’
외유내강의 경영자 ‘소프트파워’ 아이콘 평가

뉴스웨이 DB.

허창수 GS그룹 회장이 전격 사퇴를 선언했다. 2004년 LG그룹에서 분리된 GS그룹의 초대 회장을 맡아 15년간 지휘봉을 잡아온 허 회장은 9살 아래 동생인 허태수 GS홈쇼핑 부회장에게 총수직을 넘겨줬다.

허 회장은 에너지와 유통, 건설업에 집중된 GS그룹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변화시키고 신사업 역량을 강화해 왔다. 이 덕분에 재계 8위 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1948년생인 허 회장은 고(故) 허만정 창업주 3남인 고 허준구 전 GS건설 명예회장의 아들로 오너 3세다. 고려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한 허 회장은 미국 세인트루이스대학교 대학원에서 경영학 석사학위와 명예박사 학위를 받았다.

허 회장이 경영수업을 받기 시작한 것은 1977년부터다. LG그룹 기획조정실 인사과 과장으로 입사한 뒤 LG상사에서 해외기획실 부장, 홍콩지사 이사, 도쿄지사 상무, 관리본부 전무를 역임했다. 1989년 LG화학 부사장을 맡은 허 회장은 3년 뒤 LG산전 부사장으로 적을 옮겼다. 이후 2002년 LG건설 회장으로 근무했다.

LG그룹 주요 계열사를 두루 경험한 허 회장은 GS그룹이 LG그룹에서 독립할 당시 허씨 일가의 추대를 맡아 2005년 3월 초대 회장에 올랐다.

허 회장은 GS그룹을 맡으면서 에너지·유통서비스·건설 등 3대 핵심사업의 확고한 경쟁력을 구축해 지속성장을 위한 발판을 다졌다. 2008년 글로벌 경제 위기시에는 위기가 곧 기회라는 신념으로 선택과 집중 전략을 실행, 과감한 M&A로 GS글로벌, GS E&R 등을 성공적으로 출범시키고 그룹의 외연을 넓혔다.

특히 허 회장은 내수 시장의 한계를 글로벌 경영으로 극복하는데 초점을 맞췄다. 그 결과 GS그룹은 전 세계 56개 해외 법인과 37개 지사를 운영하는 명실상부한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했다.

출범 첫 해 7조원 수준에 머물던 해외 매출 규모는 현재 37조원대로 5배 이상 늘었다. 비중도 30%에서 53%로 확대됐다. 15년 간의 ‘뚝심경영’으로 일궈낸 발전사업으로 국내 민간 발전사 발전용량 1위의 위치를 확고히 다져놓았다.

허 회장은 끊임없는 혁신과 진취적인 도전으로 친환경 에너지 및 해외 자원 개발, 국내 석유화학 사업 진출, 해외 도시 개발 본격 진출 및 수처리 사업 확장, 풍력 및 신재생 에너지 활성화 등의 미래성장동력 발굴에도 과감한 투자를 아끼지 않는 열과 성을 기울였다.

계열분리 당시 15개에 불과하던 자회사와 계열사는 지난해 말 기준 64개로 불어났다. 매출규모는 23조원에서 68조원으로 196% 늘었고, 자산규모도 18조7000원에서 63조원으로 237% 성장했다.

그의 경영 방식은 ‘소프트파워’로 설명할 수 있다. 조용하고 온화한 성격인 허 회장은 격식을 차리기보단 실리를 추구한다. 말을 하기보단 듣는 쪽이면서, 현안 하나하나를 챙기기보단 큰 틀에서의 흐름과 방향을 제시하기로 유명하다. 유내강의 경영자, 선비 같은 품성, 지조와 책임감 등은 허 회장을 상징하는 수식어다.

이사회 중심의 투명 경영 체제에서도 허 회장의 스타일을 엿볼 수 있다. GS그룹은 그룹 경영과 관련한 주요 의사결정을 이사회를 거쳐 정한다. 이를 통해 리스크를 줄여 내실 경영을 강화하고 인재를 중시하는 인화 경영과 기업의 사회적 책임 수행이라는 경영이념을 실천하고 있다.

허 회장은 한국 재계의 맏형 역할도 맡아왔다. 2011년 전국경제인연합회(이하 전경련) 33대 회장에 오른 뒤 4차례 연임했다. 과거 전경련은 정부와 재계 사이의 중간다리 역할을 맡았다. 하지만 국정농단 사태 이후 삼성, 현대차, SK, LG 등 대기업이 일제히 탈퇴하고 정부의 각종 행사에서도 제외됐다.

전경련은 재정난을 겪는 속에서 조직 혁신을 단행했지만, 옛 위상을 찾기 쉽지 않았다. 차기 회장 인선에도 난항을 겪었다. 허 회장은 연임 의사가 없다고 밝혀왔지만, 전경련이 마땅한 후임자를 찾지 못하자 결국 연임 요청을 받아들였다.

허 회장은 내년부터 GS 회장 대신 당분간 GS건설 회장으로서 건설 경영에만 전념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GS 이사회 의장직도 내려 놓음으로써 신임 회장이 독자적이고 소신있는 경영활동을 펼 수 있게 배려했다.

다만 GS 명예회장으로서 든든한 버팀목이자 정신적 지주 역할을 하며 그룹 전반에 대해 조언해 나갈 예정이다. 또 허창수 회장은 40년 넘는 경영 활동으로 쌓아온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해 GS의 글로벌 비즈니스 확대를 도울 계획이다.

허 회장은 이날 용퇴 소회를 밝히며 “지난 15년간 ‘밸류 넘버 원(Value No.1) GS’를 일궈내고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한 안정적 기반을 다진 것으로 나의 소임은 다했다”며 “지금은 글로벌 감각과 디지털 혁신 리더십을 갖춘 새로운 리더와 함께 빠르게 변하는 비즈니스 환경에 대응해 GS가 세계적 기업으로 우뚝 솟고 새로운 역사를 써 내려가기 위해서 전력을 다해 도전하는데 한시도 지체할 수 없는 중요한 시기”라고 강조했다.

이어 “GS 출범 이래 숱한 역경에도 불구하고 안정적인 성장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변화에 둔감한 ‘변화 문맹(文盲)이 되지 않도록 경계하면서 쉴새없이 달려왔다”며 “하지만 혁신적 신기술의 발전이 기업의 경영환경 변화를 가속화시키고 있고 이런 변화의 속도를 따라잡지 못한다면 우리도 언제 도태될지 모른다는 절박함 속에서 지금이 새로운 활로를 찾아야 할 적기로 판단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세정 기자 s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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