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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정 기자
등록 :
2020-08-03 17:51

수정 :
2020-08-03 18:12

정몽규의 HDC현산이 사실상 뱉어낸 아시아나항공 어디로…

HDC현산 내부적으로 인수 포기 굳힌 듯
1년4개월 만에 매각 원점…채권단 체제로
기금투입·영구채 주식전환땐…사실상 국유화
분리매각, 정상화 후…새 인수자 다각도 모색
사세위축 불가피, FSC 고유 경쟁력 상실 우려

정몽규 HDC 현대산업개발 회장.

금호아시아나그룹이 지난해 4월부터 1년 4개월간 진행해 온 아시아나항공 매각 작업이 결국 원점으로 돌아갔다. 정몽규 HDC그룹 회장이 인수합병(M&A)을 불발시키기 위한 작업에 돌입하면서, 채권단은 ‘플랜B’ 가동을 준비하고 있다.

최대현 KDB산업은행 기업금융부문 부행장은 3일 오후 열린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HDC현대산업개발의 아시아나항공 재실사 요구를 수용하지 않겠다고 입장을 표명했다. 인수 진정성이 없는 HDC현산의 요구가 거래종결을 지연시키기 위한 꼼수로 보고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것이다.

다만, 산은은 이날 HDC현산이 인수 확정으로 마음을 굳힌다면 거래종결을 위해 적극 협력하겠다는 뜻도 함께 전달했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정 회장이 인수 포기로 마음을 굳혔고, 조만간 이를 공식화할 것으로 예측했다.

채권단 내부에서 일찌감치 플랜B를 준비한 사실도 드러났다. 산은은 아시아나항공 매각 불발 이후에 대비해 비교적 구체적인 대응방안을 마련해 놨다. 특히 매각 무산으로 자금 투입이 어려워지게 되는 만큼, 유동성 지원과 영구채 주식전환 등의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산은이 계획하고 있는 지원책으로는 우선 기간산업안정자금(기안기금) 투입이 예상된다. 40조원 규모의 기안기금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경영난을 겪는 기간산업을 지원하기 위해 조성됐다. 충족 요건은 총 차입금 5000억원 이상, 근로자 300명 이상이다.

최 부행장은 “아시아나항공은 기금 조건에 충족하는 것으로 판단된다”며 “아직 신청은 되지 않은 상태지만, 지원 여부와 규모, 방식은 기금운용심의위원회가 결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산은이 보유한 영구채를 주식으로 전환해 최대주주에 오르는 방안도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채권단은 금호산업이 아시아나항공 매각을 결정한 직후 1조6000억원을 지원했다. 이 중 5000억원은 영구채 매입에 쓰였다. 올해는 코로나19로 급격한 경영난에 빠진 아시아나항공을 지원하기 위해 3000억원 어치의 영구채 인수도 진행됐다.

채권단이 총 8000억원 규모의 영구채를 주식으로 전환하면, 지분율은 36.99%로 오른다. 현재 아시아나항공 최대주주인 금호산업(30.77%)를 훌쩍 앞서게 된다.

다만 채권단은 ‘국유화’에 대해서는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였다. 최 부행장은 “산은의 출자전환을 국유화로 표현하는 것은 옳지 않다. 자칫 신용도나 외부 영업 등에 악영향을 줄 수 있는 만큼, ‘은행의 관리’라는 표현이 정확하다”고 언급했다.

이로 미뤄볼 때 채권단이 최대주주 지위를 가지고 아시아나항공의 부채 축소와 비용절감 등 구조조정을 감독할 수 있지만, 항공영업에 있어서는 독립적인 경영이 인정해 줄 것이란 추측이 나온다.

채권단은 아시아나항공 경영정상화에 초점을 맞춘다는 방침이다. 분리매각은 당장 실시하지 않는다. 사업 연관성 등을 고려해 아시아나항공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계열사들을 모두 안고 간다는 의미다.

최 부행장은 “아시아나항공 경영정상화 이후 시장상황 등에 따라 저비용항공사(LCC) 등 계열사의 분리매각과 처분 등을 적극 준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아시아나항공은 항공업황이 정상화되고, 부채비율을 업계 평균 수준으로 낮춘 이후에야 새 주인 찾기에 나설 수 있다.

채권단은 다각적으로 새로운 인수주체를 모색한다는 방침이다. 최 부행장은 “대형 사모투자펀드(PEF)는 투자 적격성 여부에 대한 정부 측의 검토가 선행돼야 한다”며 “다른 대기업의 (인수 가능성도) 다 열어놓고 진행하도록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아시아나항공과 계열사들이 채권단의 관리를 받게 되면 사세 위축이 불가피하다. 채권단은 영업비용 지출을 줄이기 위해 인력감축과 기재 반납 등을 요구할 가능성이 존재한다. 또 비수익 노선의 운수권을 반납하는 대신, 알짜 수익 노선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

대형항공사(FSC) 위상 약화도 우려되는 부분이다. FSC는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LCC와 달리 서비스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하지만 부가적인 비용 축소를 단행하면서, 서비스 질도 낮아질 것이란 지적이다.

이세정 기자 s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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