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셈법 꼬인 DH·배민 합병…‘요기요’ 팔고 ‘배민’ 얻을까

공정위 “배민 인수하려면 요기요 매각” 조건부 승인
독일딜리버리히어로 “당초 기업합병 의미 없어”

그래픽=박혜수 기자

독일딜리버리히어로(DH)와 우아한형제들이 최종 기업합병을 앞두고 난항을 겪고 있다. 마지막 관문인 공정거래위원회의 승인이 뜻대로 풀리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공정위가 배달앱 시장 독점체제를 막기 위해 ‘조건부 승인’을 결정하면서 ‘요기요 매각’이라는 초강수 카드를 내민 것. DH를 포함한 우아한형제들까지 당혹함을 감추지 못한 가운데 업계 전반적으로 술렁리고 있는 분위기다. 현재로서는 ‘배민 인수냐 요기요 포기냐’ 문제를 두고 공정위가 한발 물러서 매각 조건을 철회할지도 관심사로 떠올랐다.

17일 DH에 따르면 공정위는 요기요를 운영하는 DH의 배민 인수합병 승인 조건으로 요기요를 매각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국내 배달 앱 1·2위 사업자인 배민과 요기요가 결합할 경우 시장 점유율 99%에 달하는 독점적 사업자가 탄생해 배달수수료 등 가격인상 압력이 높아진다는 데 따른 조치다. 향후 공정위는 전원회의에서 DH의 의견을 청취한 뒤 결정하는 절차가 남았지만 사실상 요기요 매각조건을 뒤집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DH는 일단 공정위 요구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DH 관계자는 “요기요 매각 제안에 동의하지 않으며 추후 열릴 공정위 전원회의에서 이의를 제기하고 공정위 위원들을 설득할 것”이라며 “(요기요를 매각하게 되면) 기업결합의 시너지를 통해 한국 사용자들의 고객 경험을 향상하려는 딜리버리히어로의 기반이 취약해질 수 있어 음식점사장님·라이더·소비자를 포함한 지역사회 모두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요기요는 DH의 국내 핵심 사업체다. DH가 요기요를 매각하면 자회사에서 한 순간에 경쟁자로 맞서게 된다. 이 때문에 DH는 배민과의 기업결합 취지를 퇴색시키는 합병 불허와 다름없다는 주장이다. 국내 1위 사업자인 배민 인수를 통해 한국내에서 양사간 출혈경쟁을 막고 아시아 시장 개척 등 시너지를 창출하려던 계획도 무의미한 셈이다.

공정위가 기존 입장을 선회하지 않는다면 DH로서는 요기요를 매각하거나 합병 철회를 결정해야하는 최악의 상황에 놓였다는 분석이 나온다. 배달앱 업계 안팎에서도 ‘황당’한 반응이 지배적이다. 현재 쿠팡이츠나 위메프오 등 신규 사업자들이 성장하고 있어 이번 기업결합에 제동을 걸 명분이 약하기 때문이다. 양사의 점유율 90.9%는 지난해 12월 기준 98.7%였던 것에 비해서는 약 8%대로 떨어졌다.

올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음식 배달 수요가 급증하면서 쿠팡이츠·위메프오 등의 후발 주자의 성장세가 두드러진 영향이다. 쿠팡이츠는 지난해 9월 이용자가 34만1618명에서 올해 9월에는 150만722명으로 1년새 339.3%나 증가했다. 일각에서는 공정위의 이번 결정이 국내 스타트업의 성장을 오히려 저해하는 결정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뿐만 아니라 우아한형제들의 글로벌 진출이 무산될 가능성도 있다. 우아한형제들과 DH는 양측이 50대50 지분으로 싱가포르에 합작회사(JV)인 ‘우아DH아시아’를 설립하고 아시아 11개국 시장에 진출하기로 한 바 있다. 합작회사 총괄은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의장이 맡을 계획이었다. 만약 DH가 이번 공정위의 결정으로 우아한형제들 인수를 포기하게 된다면 국내 스타트업의 글로벌 진출도 난항을 겪을 가능성도 점쳐진다.

배달업계 관계자는 “배민과 요기요의 결합은 국내 스타트업 기업이 외국 기업으로부터 기업 가치를 높게 인정받고 경영권까지 확보한 이례적인 사례다”며 “공정위의 이번 결정은 스타트업들의 성장에 발목을 잡을 수 있는 행위다”고 말했다.

변상이 기자 bse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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