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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나가던 패션 1위 신화 옛말···무리한 사업 확장 부메랑

[이랜드는 지금①]잘 나가던 패션 1위 신화 옛말···무리한 사업 확장 부메랑

등록 2020.11.17 13:49

수정 2020.11.17 16:00

변상이

  기자

박성수 회장 작은 옷가게서 맨 손으로 패션 1위 올랐으나中 의존도 큰 탓 사업 휘청 ‘사드’ 직격탄 사업 전면 철수 국내 오프라인 위기 속수무책 주요 브랜드 줄줄이 매각

유통업계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맞아 유례없는 한 해를 보내고 있다. 전통적 유통업의 정체, 정부의 규제, 일본과의 무역갈등, 중국의 한한령 등으로 이미 요동치던 유통시장은 코로나19 팬데믹 사태로 한치 앞을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을 맞닥뜨렸다. 당장의 실적뿐만 아니라 향후 이 후폭풍이 어떤 식으로, 어디까지 갈지도 미지수다. 오랜 불황에서 살아남기 위해 그간 내놨던 처방들이 더 이상 답이 아닐 수 있다는 우려도 팽배하다. 각 유통사들은 비상경영체제를 선포하는 한편 사업 전략을 재편하는 등 또 다시 새로운 자구책을 모색하고 있다. 이에 본지는 유통업계 그룹사를 중심으로 최근 현안과 경영 상황 등 현주소를 통해 짚어본다.[편집자주]

잘 나가던 패션 1위 신화 옛말···무리한 사업 확장 부메랑 기사의 사진

이랜드그룹이 올해로 창립 40주년을 맞았다. 한때 패션업계 최초로 매출 1조원 시대를 열었던 이랜드는 최근 수 년간 과거 명성이 무너지며 험난한 여정이 지속됐다. 패션사업으로 국내 1위 자리 올라서며 외식·호텔·관광 등으로 손을 뻗어 사업을 다각화 시켰으나, 내수침체와 패션업계 장기 불황이 이어지면서 영업환경이 악화됐다.

국내 리스크 뿐만 아니라 사드 사태로 중국 현지 사업까지 타격을 받으며 대내외적 이중고에 시달렸다. 패션 사업을 중심으로 중국 의존도가 컸던 이랜드는 재무구조가 크게 흔들리기 시작한 것. 그룹의 유동성 위기가 현실화되자 이랜드는 눈물을 머금고 핵심 브랜드 매각을 서두르며 자금 확보에 나섰다.

◇국내 패션 1위 올랐으나 무리한 사업확장 독= 그룹의 모태는 박성수 회장이 1980년 이화여대앞에서 2평 남짓 ‘잉글랜드’라는 이름의 옷가게에서 시작됐다. 여대생을 중심으로 스트리트 보세 패션이 알짜 성공을 거두자 향후 회사 이름을 이랜드로 변경하고 본격적으로 사업을 시작했다. 박 회장은 국내를 넘어 중국 시장을 타깃으로 잡았다. 한국 패션과 뷰티에 관심이 많은 중국인들을 겨냥해 해외 사업에 본격적으로 발을 들였다.

그는 곧장 국내 굵직한 유통 기업을 인수하며 몸집을 키웠다. 법인 초기 이랜드는 데코와 뉴코아, 해태유통, 태창 내의사업 등 20여 개의 패션중심 브랜드를 인수합병, 향후 ‘의·식·주·휴·미·락’이라는 콘셉트로 종합라이프기업으로 가닥을 잡았다. 의·식·주·휴·미·락은 △의류 △외식 △건설, 가구, 생활용품 △호텔, 리조트 △백화점 △테마파크, 여행을 뜻한다.

공격적인 인수합병으로 한때 이랜드는 40여 개의 브랜드와 8000여 개까지 매장을 늘리며 명실상부 국내 대표 유통기업으로 자리잡는데 성공했다. 하지만 짦은 기간내 무리안 사업확장은 되레 그룹 성장의 발목을 잡았다. 2010년 초반 중국 현지 사업부터 흔들리기 시작한 것. 이후 몇 년 뒤 불거진 사드 사태가 정점을 찍으면서 현지 패션사업은 하락세를 걷기 시작했다. 중국 의존도가 컸던 이랜드는 사드 위기·메르스 등 대내외적 악재가 고스란히 실적에 반영됐다. 얼마 지나지 않아 재무구조에 비상등이 켜졌다.

◇中사업 위기에 주요 브랜드 줄줄이 매각 재무정상화 올인= 중국 이랜드 패션 법인 3곳의 매출액은 2015년 2조를 크게 웃돌았지만 2018년 1조 원대로 쪼그라들었다. 지난해에는 중국 매출은 공개하지 않았다. 수익 감소가 지속되자 이랜드는 곧장 브랜드 효율화에 나섰다. 부진한 사업들의 구조조정은 서두르고, 잘 나가는 브랜드를 줄줄이 매각해 사업구조를 수익 중심으로 재편했다. 이때 박 회장은 중국에서 패션 브랜드 1·2위를 다투던 ‘티니위니’의 매각을 결정했다. 당시 티니위니는 1조 원 이상의 가치가 있는 것으로 추정됐으나 2017년 1월 중국 기업 브이그라스에 8770억 원에 팔렸다.

재고자산 등의 가치를 재산정한 데다 킴스클럽 매각이 무산된 상황에서 티니위니 매각협상 테이블을 길게 끌고가기엔 부담이 컸던 것으로 분석된다.티니위니 매각금액은 국내 패션 브랜드의 인수합병 사례 가운데 가장 큰 규모였다. 이듬해 애슐리·자연별곡 등 외식사업도 현지에서 모두 철수했다.

중국에서만 사업 철수 수순을 밟은 것은 아니다. 2017년 중저가 대비 비교적 퀄리티를 유지했던 생활용품 브랜드 ‘모던하우스’를 사모투자펀드인 MBK파트너스에 7000억원에 매각했다. 지난해에는 2010년 대 초반 학생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었던 ‘케이스위스’의 매각도 3000억 원에 마무리 지었다.

이랜드가 케이스위스를 매각한 것은 브랜드를 인수한 지 6년 만이다. 이랜드는 지난 2013년 국내 기업 최초로 미국 패션 상장사인 케이스위스를 인수한 바 있다. 다만 이랜드는 케이스위스를 사들인 엑스텝과 함께 중국 사업을 진행할 계획이다. 이랜드는 케이스위스가 보유하고 있는 부츠 브랜드 팔라디움의 향후 10년 동안의 중국 내 라이선스을 획득했다. 당초 양사는 합작사를 설립해 팔라디움 브랜드의 중국 사업을 공동으로 진행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빠르게 변화하는 중국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서는 엑스텝이 케이스위스에 전념하고, 이랜드는 팔라디움을 전담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고 결론을 냈다. 팔라디움은 유럽에서 인지도가 높은 부츠 브랜드로 중국에서 140여 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이랜드는 주요 브랜드들의 매각으로 한차례 유동성 위기에서 숨통이 틔었다는 설명이다.

다만 그룹 전체적으로 재무구조가 개선됐지만 여전히 이랜드크루즈와 투어몰 등 일부 계열사의 적자가 지속되고 있는 상태다. 또한 올해 불거진 코로나19 여파로 오프라인 사업 부진이 심화되면서 향후 수익성 확보가 더뎌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그룹이 공격적 인수합병으로 인한 출혈이 2015년 이후 과도한 재무 부담으로 적용하면서 매각을 필두로 리스크를 보완했지만 주요 사업부문 매각 실패·IPO 연기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남아있는 상태다”며 “이런 상황에 올해 코로나19 악재까지 터지면서 패션을 비롯해 오프라인 관광·외식 사업들의 난항이 지속될 가능성이 커졌다”고 말했다.

뉴스웨이 변상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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