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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동학개미 눈치보다 ‘주식판’ 다 망친다

오피니언 기자수첩

[허지은의 주식잡담]동학개미 눈치보다 ‘주식판’ 다 망친다

등록 2021.03.19 15:01

허지은

  기자

당국, 공매도·공모주·시장조성자 제도까지 손질정치권·여론 따라 흔들리는 정책···부작용 우려

동학개미 눈치보다 ‘주식판’ 다 망친다 기사의 사진

2020년 동학개미운동의 시작을 기억한다. 작년 3월 코로나19 여파로 글로벌 증시가 맥없이 무너질 때 개인 투자자들은 흔들림없는 매수로 한국 증시를 지켜냈다. 1500선 마저 내줬던 코스피는 올해 3000 고지를 넘어섰다. 그간 각개전투하던 개인 투자자들이 ‘동학개미’라는 이름으로 하나가 된 서막이었다.

진한 승리의 추억은 동학개미에게 자신감을 불어줬다. 공매도 부분 재개, 공모주 균등배분, 시장조성자 제도 손질, 51일 역대 최장기간 매도 행진을 하던 국민연금의 매수 전환까지. 1000만 개미는 국민청원과 집단 움직임 등을 통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고, 들끓는 여론에 금융당국은 부랴부랴 정책 수정에 나섰다.

문제는 여기서 발생한다. 금융당국은 개인 투자자 여론과 정치권의 입김에 따라 말바꾸기를 반복했다. 당국의 번복이 계속되며 시장은 크게 흔들렸고, 투자자들은 갈피를 잡지 못 했다. 무분별한 제도 손질이 시작되면서 결국은 ‘조삼모사’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1월 11일 “코로나19로 인한 한시적 공매도 금지조치는 3월 15일로 예정대로 종료된다”고 밝혔으나, 불과 8일 뒤인 19일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공매도 재개는 확정된 바 없다”고 말을 바꿨다. 결국 금융위원회는 2월 3일 공매도 금지 조치를 오는 5월 2일까지 추가 연장한다고 발표했다.

오는 5월 3일 공매도가 재개되지만 이는 대형주에 국한된 부분 재개다. 사실상 중소형 종목은 기한 없이 공매도 금지 조치가 연장된 셈이다. 공매도는 주가 하락을 부추길 수 있지만 시장 조성이라는 순기능도 있다. 공매도가 금지된 작년 3월 이후에도 우선주 폭탄돌리기, 코인·정치테마주 등 이상 급등락 현상은 반복됐다. 공매도 금지 자체가 정답은 아니라는 의미다.

공모주 개인 배정 물량 확대와 균등배분 방식 역시 마찬가지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공모주 인기가 높아지자 올해부터 개인 배정 물량을 늘리고 개인 몫의 50% 이상을 균등 배분키로 제도를 손질했다. 증거금 규모가 아닌 청약계좌수로 배정해 더 많은 개인 투자자에게 청약 기회를 주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벌써부터 부작용이 나오고 있다. SK바이오사이언스의 경우 청약 수요가 몰리면서 240만개의 계좌 중 28만개는 균등배정임에도 불구하고 한 주도 받지 못했다. 청약을 받는 6개 증권사 계좌를 모두 개설해 청약에 나서는 ‘꼼수족’들도 속출했다.

소액주주가 급증하며 주가도 악영향이 예상된다. 실제 균등배분 방식으로 첫 공모를 진행한 지난달 코스닥에 상장한 씨앤투스성진은 상장 둘째날 공모가(3만2000원)보다 21.7% 낮은 2만5050원에 거래를 마쳤다. 균등 배분으로 재미를 보지 못하게 된 큰손들이 공모주 시장을 외면할 거란 우려도 커지고 있다.

증시에 유동성을 제공하는 시장조성자 제도도 고사 위기다. 개인 투자자들 사이에선 시장조성 제도가 대형주에 집중돼있는데다, 공매도 금지 상황에서도 사실상 공매도가 가능한 시장조성자 제도가 무의미하다는 불만이 터져나왔다. 결국 기획재정부는 지난달 시장조성자 증권사에게 주던 세제 혜택을 줄이고, 시총 10조원 이상 대형주를 시장조성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증권업계에선 대형주 주식선물 호가가 제대로 만들어지지 않게 되고, 이는 개미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혜택이 줄어들면 주식 거래량 자체가 줄어 증시가 위축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현재 미국과 영국, 홍콩 같은 증시 선진국들은 시장조성 거래에 세금을 매기지 않는다.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는 옛말이 있다. 표심 따라, 여론 따라 흔들리며 국내 증시 제도는 산으로 가고 있는 듯 하다. 금융당국은 스스로 뱉은 말조차 번복하며 정책 혼란만 가중시키고 있다. 당국이 중심을 잡지 못하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일반 개인 투자자에게 돌아간다. 더 이상 ‘개미 눈치보기’가 아닌 금융당국의 강단을 기대한다.

뉴스웨이 허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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