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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단기성과에 급급"···기업은행 '자산관리 욕심'이 禍 불렀다

금융 은행

"단기성과에 급급"···기업은행 '자산관리 욕심'이 禍 불렀다

등록 2022.08.30 09:20

수정 2022.08.30 16:27

정단비

,  

차재서

,  

한재희

  기자

해외 상장지수 펀드 불완전판매 의혹 제기 라임·디스커버리 이은 소비자 분쟁 우려도"실적 챙기려 상품 판매 밀어붙인 게 화근"

사진=IBK기업은행 제공사진=IBK기업은행 제공

기업은행이 올해도 펀드 판매 건으로 소비자와의 분쟁을 예고하고 있다. 2017년 판매한 해외 상장지수 추종 상품이 대규모 손실을 기록한 탓이다. 공익을 위한 국책은행임에도 시중은행처럼 실적까지 챙겨야 하는 모호한 정체성과 안이한 사업 태도가 매번 기업은행을 위기로 내몰고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금융권에 따르면 기업은행 반포자이WM센터는 5년 전 시카고옵션거래시장의 VIX(변동성지수, Volatility Index) 연계 펀드 상품을 판매했으며 9~10월 만기를 앞두고 있는데, 원금이 '88%' 가량 빠진 것으로 전해지면서 고민에 빠진 상태다. 원금 규모는 62억원 정도로 알려져 있다.

'공포지수'로 불리는 VIX는 미국 뉴욕증시 3대 지수 중 하나인 S&P500(스탠더드앤푸어스)의 향후 30일간 변동성에 대해 시장 기대심리를 수치화한 지표다. S&P500지수와 반대로 움직이는 경향성을 띤다. 즉 반포자이WM센터가 당시 판매한 펀드는 S&P500지수가 약세를 보여야 수익을 내는 '인버스 상품'이었으며, 운용 당시 미국 증시가 호황을 이어가자 손실을 낸 것으로 보인다.

특히 반포WM센터는 소비자에게 펀드를 판매하는 과정에서 상품을 무리하게 권유한 것으로 파악돼 디스커버리와 라임 등 부실 펀드 사태 때처럼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이처럼 중소기업 특화 정책금융기관인 기업은행이 펀드 불완전판매로 연이어 오명을 쓰는 것은 부족한 인프라와 사전 준비에도 무리하게 사업을 추진하기 때문이란 게 업계의 시선이다.

물론 기업은행의 자산관리 '업력'은 약 20년에 이른다. 중소기업 CEO의 자산관리를 돕겠다는 포부로 2002년 PB(프라이빗뱅킹) 서비스를 시작한 이들은 2009년 'PB센터'를 열면서 사업을 본격화했다. 별도 상담실을 갖춘 PB전문점을 운영하다가 기업형 센터를 추가함으로써 저변을 넓힌 셈이다.

또 권선주 전 행장에서 김도진 전 행장으로 이어지는 2014년부터 2019년 사이 기업은행은 새 먹거리를 확보하는 차원에서 자산관리 부문에 가속페달을 밟았다. 첫 복합점포인 'IBK 한남동 WM센터'를 연 것도 이 시기다.

하지만 성과는 그리 양호하지 않았다. 공격적인 영업 전략을 펴는 다른 시중은행과의 경쟁에서 밀려나면서 기업은행은 시장에서 좀처럼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했다. 심지어 남동공단 PB센터의 경우 수익성 악화에 시달리다 2014년 문을 닫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기업은행은 WM센터를 늘리며 사업을 확장하고 있지만 여전히 열악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소비자에게 가져다주는 수익과 별개로 센터의 위치나 전용상품을 소개하는 홈페이지조차 찾아보기 어려워서다. KB국민은행 등이 자산관리 서비스를 위한 별도의 플랫폼을 운영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문제는 이뿐 만이 아니다. 금융감독원의 디스커버리펀드 관련 징계심의 과정에서 드러난 것처럼 그간 기업은행은 펀드 판매 과정에서 소비자 보호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 은행 직원이 소비자의 투자자성향을 먼저 확인하지 않은 채 펀드가입 결정 후 '공격투자형' 등으로 사실과 다르게 작성한 게 대표적이다.

또 다른 판매직원은 한 법인이 창고설비 자금으로 사용하고자 단기운용 중이던 법인 자금을 고위험 상품에 투자할 것을 권유하면서 안전한 상품임을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밖에 상품이 WM센터 소속 PB와 함께 판매해야 하는 공동판매제도 대상임에도 일반영업점 소속 직원이 혼자 판매했던 사례도 포착됐다.

덧붙여 기업은행은 상품 심사 과정에서 디스커버리펀드에 대해 원금손실 가능성을 비롯한 위험성을 충분히 인지하고도 판매를 결정한 것으로 파악됐다. 결국 실적 채우기에 급급한 나머지 은행이 소비자에게 위험을 떠넘겼다는 지적이 흘러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기업은행은 국책은행으로서 공공의 이익을 위해 존재하면서도 다른 시중은행과 경쟁까지 해야 하는 입장"이라며 "이러한 구조가 직원에겐 실적 부담을, 소비자에겐 손실 위험을 전가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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