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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SK하이닉스 HBM 전문가가 美 마이크론으로?'···업계 "엄벌해야"

산업 전기·전자

'SK하이닉스 HBM 전문가가 美 마이크론으로?'···업계 "엄벌해야"

등록 2024.03.07 16:02

수정 2024.03.07 16:04

정단비

  기자

정보보호 서약서 어기고 해외 동종업체로 이직법원, 가처분 신청 인용···기술 유출 심각성 인정

서울중앙지법 제50민사부는 SK하이닉스가 전직 연구원 A 씨를 상대로 낸 전직 금지 가처분 신청을 인용했다.서울중앙지법 제50민사부는 SK하이닉스가 전직 연구원 A 씨를 상대로 낸 전직 금지 가처분 신청을 인용했다.

법원이 '2년간 동종업종에 취업하지 않는다'는 정보보호 서약서 등을 했음에도 회사와의 약속을 어긴 채 미국 마이크론으로 넘어간 전 직원에 대해 전직 금지 가처분을 신청한 SK하이닉스의 손을 들어줬다. 법원에서도 그만큼 기술 유출의 심각성을 인정한 것이라는 해석이다. 업계에서는 이같은 기술 유출 리스크를 해소하기 위해 인재들에 대한 대우도 중요하지만 이같은 사례들에 대한 엄격한 처벌도 동반되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7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제50민사부는 SK하이닉스가 전직 연구원 A 씨를 상대로 낸 전직 금지 가처분 신청을 인용했다. 또한 A 씨가 위반 시 1일당 1000만원을 지급하라고 결정했다.

A 씨는 SK하이닉스에서 약 20여년간 근무한 직원으로 알려진다. A 씨는 SK하이닉스에서 메모리연구소 설계팀 주임 연구원, D램설계개발사업부 설계팀 선임연구원, 고대역폭 메모리(HBM)사업 수석, HBM디자인부서 프로젝트 설계 총괄 등을 거쳤다. 특히 A 씨는 SK하이닉스가 경쟁력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 HBM 관련 부서에 초기부터 근무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다 A 씨는 지난 2022년 7월 26일 SK하이닉스를 퇴사했고 마이크론 임원 직급으로 옮겨갔다. 문제는 A 씨가 SK하이닉스 근무 당시 '퇴직 후 2년간 동종 업체에 취업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정보보호 서약서를 2015년부터 매년 작성해 왔고 퇴직 무렵에도 2022년 7월 전직 금지 약정서와 국가 핵심기술 등의 비밀 유지 서약서를 썼다.

즉, 이대로라면 A 씨는 올해 7월까지 경쟁업체로 이직할 수 없었다는 얘기다. 하지만 A 씨는 이를 어기고 마이크론으로 이직했고 이에 SK하이닉스 측은 법원에 전직 금지 가처분을 낸 것이다.

재판부도 결정문을 통해 "채무자가 재직 시 담당했던 업무와 채무자의 지위, 업무를 담당하며 지득했을 것으로 보이는 채권자(SK하이닉스)의 영업비밀과 정보, 재직 기간, 관련 업계에서의 채권자의 선도적인 위치 등을 종합하면 전직 금지 약정으로써 보호할 가치가 있는 채권자의 이익이 인정된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또한 "채무자가 지득한 정보가 유출될 경우 마이크론은 동종 분야에서 채권자와 동등한 사업 능력을 갖추는데 소요되는 시간을 상당 기간 단축할 수 있지만 채권자는 그에 관한 경쟁력을 상당 부분 훼손당할 것으로 보이는 점, 정보가 유출될 경우 원상회복은 사실상 불가능한 점 등을 고려할 필요 있다"며 "가처분 명령의 실효성을 보장하기 위해 간접강제를 명할 필요성이 있다"고 밝혔다.

HBM은 최근 반도체 업계 내 경쟁이 치열한 시장이다. 인공지능(AI) 핵심 부품으로 꼽히기 때문이다. 그중 SK하이닉스는 글로벌 HBM 시장 내 점유율 50%를 차지할 정도로 독보적인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고 평가된다. 삼성전자의 시장 내 점유율은 40%, 마이크론은 10% 수준이다.

더구나 A 씨가 이직한 마이크론은 얼마 전 업계 1, 2위인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를 제치고 HBM3E 양산 소식을 알리기도 했다. 마이크론은 AI 발 시장 성장세가 예상되는 만큼 시장 선점을 위해 HBM의 4세대를 건너뛴 채 곧장 5세대 HBM3E를 택하는 승부수를 띄웠다.

따라서 HBM 시장 내 1위인 SK하이닉스에서 관련 부서에 일했던 A 씨가 경쟁 업체로 넘어가면 기술 유출에 대한 우려가 생길 수밖에 없는 배경이다.

SK하이닉스 측은 이번 법원 결정과 관련해 "SK하이닉스에 근무하던 A 씨가 2022년 퇴사 후 마이크론에 입사해 회사는 법원에 전직금지가처분 신청했으며, 이에 대한 판결이 지난달 29일 나온 것"이라며 "HBM을 포함한 D램 설계 관련 기술은 국가 핵심기술에 포함되기에 법원의 판결은 적법하며, 환영하는바"라고 밝혔다.

물론 반도체 업계 내 이같은 기술 유출 사례가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는 삼성전자 전직 임원이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설계 도면을 빼돌려 이를 통째로 복제한 공장을 중국에 세우려 한 삼성전자 전 임원이 적발돼 재판에 넘겨졌다.

산업 기술 유출 적발 건수는 최근 몇 년 사이 증가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집계한 바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전체 산업 기술 유출 적발 건수는 2019년 14건, 2020년 17건, 2021년 22건, 2022년 20건에서 지난해 23건으로 늘었다. 이 가운데 반도체 분야는 지난해 15건으로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이에 정부에서도 심각성을 인지하고 산업기술 유출 범죄 처벌을 강화할 예정이다. 해외 유출 범죄 벌금을 현재 15억원 이하에서 65억원 이하(국가 핵심기술), 30억원 이하(산업기술)로 조정하는 등 양형기준을 상향하고 피해액 산정기준을 마련하는 것이 주된 내용이다. 산업부는 이를 위해 올해 상반기 산업기술보호법을 개정, 하반기 시행령 개정 등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법원에서도 기술 유출 우려에 대한 심각성을 인정해 이같은 결정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며 "기술 유출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회사에서도 핵심 인재들을 놓치지 않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고 정부 차원에 처벌 수위도 강력하게 높일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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