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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배당 늘려달라" 교보생명에 들어온 주주제안

금융 보험

"배당 늘려달라" 교보생명에 들어온 주주제안

등록 2024.03.18 16:31

김민지

  기자

정기주총서 이익잉여금 처분 승인 주주제안 안건 상정K-ICS 경과조치 이후 2022년 결산 배당성향 13%로 '뚝'업계 "배당 늘릴 입장 아닐 것···기업가치 증대 집중해야"

"배당 늘려달라" 교보생명에 들어온 주주제안 기사의 사진

교보생명의 재무적 투자자인(FI)인 어피너티컨소시엄(IMMPE·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베어링PE·싱가포르투자청)이 이달 정기주주총회에서 배당 확대를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그간 어피너티는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과의 풋옵션(특정가격에 되팔 권리) 분쟁을 벌이며 투자금 회수에 난항을 겪어왔는데, 교보생명이 신지급여력제도(K-ICS·킥스) 경과조치를 신청하면서 배당금마저 급감한 상황이다. 하지만 교보생명은 경과조치로 배당수준이 일정 수준 이하로 제한된 만큼 투자자들의 요구를 들어주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18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교보생명은 오는 22일 열리는 정기주주총회에서 이익잉여금처분 승인과 관련한 주주제안 안건을 상정했다. 교보생명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4891억원을 기록했으며 지난해 3분기 기준 미처분이익잉여금은 5조5000억원 수준이다.

교보생명 관계자는 "K-ICS 경과 조치 시행 이후 배당을 과거 평균 50% 이내로 하게 됐다"며 "이에 일부 주주가 배당 확대를 요구한 건"이라고 설명했다.

교보생명은 2022년 결산배당 당시 배당금을 전년 대비 66.7% 축소한 바 있다. 교보생명의 배당금은 2019년 결산 1500원, 2020년 결산 1000원으로 떨어졌다가 2021년 결산 1500원에서 2022년 결산 500원으로 뚝 떨어졌다. 배당성향 역시 ▲2019년 결산 28.2% ▲2020년 결산 26.8 ▲2021년 결산 38.8% ▲2022년 결산 13%로 변동됐다.

교보생명이 지난해 배당을 축소한 것은 K-ICS 경과조치를 신청했기 때문이다. 경과조치는 보험사 새 건전성 제도인 K-ICS 도입 시 발생한 보험사의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금융당국이 마련한 유예 장치다. 지급여력비율 기준에 미달해도 유예 기간을 줘 자본여력 등을 관리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경과조치를 신청하면 K-ICS 비율이 100% 아래로 떨어져도 건전성 개선 요구인 '적기시정조치(제대)'를 최대 5년간 유예할 수 있다.

다만 경과조치를 신청하면 배당에 제한을 받게 된다. 경과조치를 신청한 보험사의 배당성향은 최근 5년간 업계 평균의 50% 또는 해당 회사의 직전 5년 평균 배당성향의 50% 중 큰 비율을 넘을 수 없다. 만약 배당 기준을 초과해 지급하면 그때마다 경과조치 잔여 경과 기간이 줄어든다.

최근 5년간 국내 보험사들의 배당성향이 평균 30% 수준임을 고려하면 교보생명이 기록할 수 있는 배당성향은 이번에도 10% 초중반 정도다.

배당 제한은 투자자 입장에서 달갑지 않을 수밖에 없다. 더군다나 현재 어피너티컨소시엄은 신창재 회장과 풋옵션 분쟁을 벌이며 투자금 회수에 난항을 겪고 있다. 이 가운데 배당금까지 줄어든 것이다.

현재 어피너티에서 교보생명 투자에 관여했던 1세대 파트너들은 대부분 회사를 떠났다. 지난해 8월 이철주 어피너티 전 회장이 자리에서 물러나면서 민병철 파트너가 한국 총괄 대표로 선임됐다. 이 전 회장은 사임 이후 교보생명 사외이사직에서도 임기를 채우지 않고 물러났다.

이에 업계에서는 어피너티가 이전과 달리 현실적인 자금 엑시트(exit)를 고민할 것이란 관측이 나왔다. 특히 교보생명에는 긍정적인 방향으로 국면이 전환될 것이란 해석이 지배적이었다. 이 전 회장은 교보생명 투자를 직접 이행했던 만큼 명분에 집중할 수밖에 없었지만, 민 대표의 경우 현실적인 엑시트 전략을 취할 가능성이 커 기업가치를 끌어올려 IPO 작업에 협조할 수도 있다는 게 이유였다.

어피너티가 현재 보유한 포트폴리오 가운데 락앤락, 버거킹 등은 실적 악화로 사실상 당장 엑시트가 어려운 상황이다. 이 같은 와중에 어피너티는 지난 1월과 2월 두 차례에 걸쳐 신한금융지주 지분 총 1050만여주(약2%)를 블록딜로 매각하며 시세 차익을 남겼다.

교보생명 입장에서는 투자자들을 위해 배당을 고민해야 하나, 이미 경과조치 신청을 해 어쩔 수 없는 상황에 놓였다. 경과조치가 배당보다는 안정적인 재무 구조를 확보하라는 취지로 한 당국과의 약속인 만큼 공격적으로 배당을 할 수 없는 것이다. 오히려 회사를 안정화해서 기업가치를 올리는 것이 더욱 필요한 시점이라는 게 업계 의견이다.

지난해 3분기 경과조치 적용 전 기준 교보생명의 K-ICS 비율은 179.6%에서 183.2%로 3.6%포인트 증가했다. 경과조치 후 K-ICS비율은 269.4%에서 276.6%로 7.2%포인트 올랐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주주들이 요구한다고 해서 교보생명이 배당을 늘릴 수 있는 입장이 아닐 것"이라며 "투자자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회사 가치를 올리는 것에 집중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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