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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5번째 생일 맞은 신격호···우울한 말년

95번째 생일 맞은 신격호···우울한 말년

등록 2017.11.21 09:33

수정 2017.11.21 09:40

이지영

  기자

롯데호텔서 일부 친지들과 조촐한 생일상 차남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올해도 불참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이 롯데그룹과 관련한 경영 비리 첫 공판 마치고 귀가. 사진=이수길 기자 leo2004@newsway.co.kr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이 롯데그룹과 관련한 경영 비리 첫 공판 마치고 귀가. 사진=이수길 기자 leo2004@newsway.co.kr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이 21일(음력 10월 4일) 만 95세 생일을 맞았다. 1922년생인 신 총괄회장은 주요 재벌그룹 창업주 중 유일하게 생존한 1세대 경영인으로 국내 재계 순위 5위 롯데를 만들어낸 장본인이지만 누구보다 우울한 말년을 보내고 있다.

고령에 치매로 정신 건강이 불편한 신 총괄회장은 동빈·동주 두 아들과 함께 롯데 경영비리 혐의로 기소돼 징역 10년의 중형을 구형 받고 1심 선고를 기다리는 처지다. 3부자 뿐 아니라 장녀, 사실혼녀 등 일가족이 한꺼번에 법의 심판대에 오른 상태다.

롯데에 따르면 이날 만 95세가 된 신 총괄회장은 자신이 오랫동안 집무실 겸 거주지로 머물러온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 신관 34층에서 가까운 친지들과 조촐한 식사를 하며 생일 행사를 치를 예정이다.

지난해 생일에는 롯데호텔 신관의 프랑스 레스토랑 '피에르가니에르'에서 식사를 했는데 올해는 신관 개조공사로 이 식당이 문을 닫은 상태여서 호텔 케이터링 서비스를 이용해 방에서 생일상을 받을 예정이다. 부인 시게미쓰 하츠코(重光初子) 여사와 하츠코 여사의 여동생 내외, 신동주 전 부회장 부부 등 소수의 친지와 조촐한 식사를 하며 보낼 것으로 알려졌다.

신 총괄회장은 맨손으로 시작해 연매출 100조원의 성공신화를 이룬 대표적인 인물로 꼽힌다.

1942년 스무살 신 총괄회장은 단돈 83엔을 들고 일본으로 건너가 껌장사를 시작해 큰 성공을 거두며 1948년 일본 롯데를 세웠다.

1961년에는 초콜릿 사업까지 손을 뻗으며 롯데를 종합제과회사 대열에 올려놨다. 이후 신 총괄회장은 한국전쟁 후 산업시설이 낙후했던 우리나라에 봉사한다는 신념을 갖고 1967년 한국으로 건너와 롯데제과를 설립했다.

첫 사업은 일본에서 성공시킨 껌이었다. 껌 사업으로 창립 11년만인 1978년 제과시장 정상에 올라 지금까지 국내 껌 시장 부동의 1위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롯데제과에 이어 1970년대엔 롯데칠성음료와 롯데삼강으로 국내 최대 식품기업으로 발전했다. 이후엔 롯데호텔과 롯데쇼핑을 설립해 당시에 불모지나 다름없던 국내 유통·관광 산업 현대화 토대를 만들었다.

1960년대 단돈 10원 짜리 껌은 50여년이 흐른 지금 50배가 오른 500원이 됐고 자본금 3000만원으로 시작한 롯데도 매출 100조원에 육박하는 국내 5위 기업으로 성장했다. 30년 동안 매달린 세계에서 다섯 번째, 아시아에서 세 번째, 우리나라에서는 가장 높은 건물인 123층(555m)롯데월드타워 역시 그의 작품이다. 1985년 영등포구 여의동에 지어진 63빌딩이 32년 동안 지켜온 국내 최고층 건물 자리를 32년 만에 바꿔놨다.

이렇듯 굴지의 기업을 일구며 탄탄대로를 걸어왔던 그에게 불행이 찾아왔다. 바로 지난 2015년 장·차남 간 경영권 분쟁이 시작되면서부터다. 신 총괄회장은 경영권 분쟁의 결과로 본인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롯데그룹의 경영일선에서 물러나야 했고, 결국 검찰 수사를 거쳐 일가족이 한꺼번에 법의 심판대에 서는 처지까지 전락했다.

신 총괄회장은 본인이 밑바닥에서부터 일궈 오늘날 재계 5위의 대기업으로 키운 롯데가 자신 혹은 가족 소유 기업이라는 인식이 강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때문에 그가 롯데의 경영권을 철권통치하던 시절에는 롯데쇼핑과 호텔롯데 등 주요 계열사를 비상장 기업으로 유지하며 외부의 간섭을 받지 않으려 했다.

이번 검찰 수사에서 드러난 횡령, 탈세, 배임 등의 혐의 역시 ‘내 회사는 나의 것’이라는 신 총괄회장의 사고방식에서 비롯됐다는 분석이 나오는 것도 이런 배경 때문이다.

재계 관계자는 “수십년에 걸쳐 롯데라는 국내 굴지의 기업을 만들어낸 신 총괄회장이 낡은 경영방식에 발목을 잡혀 우울한 말년을 보내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한편, 신 총괄회장의 차남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이날 아버지 생신 행사에 불참할 계획이다.

롯데 관계자는 "신 회장은 FIS 집행위원들을 상대로 평창동계올림픽을 홍보하기 위한 스위스 출장을 마친 뒤 귀국길에 일본에 들렀다 올 예정"이라며 "여러 가지 사정으로 총괄회장 생일 행사에는 참석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뉴스웨이 이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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