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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 부진에 개미 '곡소리'···'이사 충실의무' 개정이 해법?

증시 부진에 개미 '곡소리'···'이사 충실의무' 개정이 해법?

등록 2022.04.14 08:02

박경보

  기자

고점 대비 20% 내린 코스피···삼전도 '백약이 무효'쪼개기 상장 등 대주주 전횡이 주가부진 주요 원인 국회, 이사 충실의무에 '주주 이익' 넣는 입법 발의전문가 "법 취지 공감"···재계 "법리적 논쟁 우려"

증시 부진에 개미 '곡소리'···'이사 충실의무' 개정이 해법? 기사의 사진

국내 증시가 부진한 흐름을 이어가면서 상법 개정을 통한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에 나서야 한다는 요구가 빗발치고 있다. 선진국과 달리 우리나라는 자사주 매입‧소각, 배당 등 주주가치 제고에 인색한 데다 '쪼개기 상장' 등 대주주의 전횡이 일상화돼 있어서다. 최근 정치권에서는 이사의 충실의무에 '주주의 비례적 이익'을 추가하는 상법 개정안이 발의됐지만 재계의 반발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14일 기준 코스피 지수는 2716에서 마감했다. 코스피는 지난해 7월 6일 3305.21에 마감하며 역사적 고점을 달성했으나 4개월 만에 3000선 밑으로 내려왔고, 올해에도 뚜렷한 하락곡선을 그리는 중이다. 지난 9개월 간 코스피 지수는 약 20%나 쪼그라든 상태다.

국내 증시를 대표하는 삼성전자 역시 백약이 무효한 상황이다. 삼성전자는 역대 최대 규모의 분기 실적을 발표한 지난 7일 0.73% 내렸고, 다음날에도 0.29% 하락 마감했다. 연일 하락 중인 삼성전자는 최근 나흘 연속 장중 52주 신저가(12일 기준)를 기록하기도 했다.

실적과 관계없이 우량주들까지 부진한 배경을 두고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에 대한 경계감과 글로벌 공급망 차질 장기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이 주가 부진의 원인으로 꼽히지만 선진국 지수 대비 낙폭이 지나치다는 평가다.

한국증시가 미국 등 선진국 지수와 '디커플링'되는 원인으로는 상장사들의 소극적인 주주가치 제고가 첫 손에 꼽힌다. 삼성전자는 여전히 자사주 매입‧소각 계획을 내놓지 않고 있는 반면, 애플은 지난 10년 동안 무려 4670억달러(560조원)에 달하는 자사주를 매입하며 주가를 12배나 불렸다.

물적분할을 통한 '쪼개기 상장' 등 대주주의 전횡도 국내 증시의 성장을 가로막는 주범으로 지적된다. 핵심사업이 자회사로 분리돼 상장되면 기업가치가 훼손된 모회사의 주가하락이 불가피하다. 앞서 SK케미칼, SK이노베이션, LG화학 등이 잇따라 물적분할을 결정하면서 소액주주들의 대규모 손실로 이어진 바 있다.

이에 따라 제도 개선을 통해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해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는 모양새다. 대주주 및 특수관계인에 종속된 이사회 탓에 소액주주가 피해를 보더라도 막을 방법이 없고, 이는 '주가 저평가'로 이어진다는 지적이다.

지배주주와 일반주주 사이의 이해상충 문제에 입법 대응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최근 정치권은 상법 개정에 나섰다. 현행법에 따르면 이사는 회사를 위해 충실히 직무를 수행해야 하지만, 의사결정 과정에서 발생되는 주주 피해에 대해선 책임지지 않는다.

지난달 22일 이용우 의원 등 12명의 국회의원은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에 '주주의 비례적 이익'을 추가하는 내용의 상법 일부개정 법률안(제382조 3항)을 발의했다. 회사에는 영향이 없더라도 일반주주의 가치가 훼손되는 경우 이사에게 주주에 대한 보호 의무를 부과하겠다는 취지다.

이에 대해 개인투자자들은 크게 환영하는 분위기다. 이사회의 잘못된 결정으로 주가가 크게 떨어질 경우 이에 대한 보상이나 처벌을 요구할 수 있는 근거가 생기기 때문이다.

정의정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한투연) 대표는 뉴스웨이와의 통화에서 "주주의 비례적 이익에 대한 이사의 충실의무가 규정되도록 모든 의원들이 개정안에 찬성표를 던졌으면 좋겠다"며 "이사회가 소액주주들의 권리를 침탈하면 책임을 져야 하기 때문에 주주가치 보호는 물론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도 기대된다"고 밝혔다.

전문가들도 소액주주들과 비슷한 입장을 내고 있다. 주주 자본주의가 시장에 자리 잡으면서 소액주주들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이번 개정안은 입법 당시 언급된 물적분할 이외에도 주주의 이익과 관련된 다양한 재무적 이슈에 포괄적으로 적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서지용 상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이번 개정안은 물적분할 등을 통해 주주가 손실을 봤을 때 이사에게 책임을 묻겠다는 것"이라며 "지분 보유 규모와 상관없이 모든 주주가 똑같이 대우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일방적으로 피해를 보는 소액주주들을 보호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입법 취지가 좋다고 판단된다"고 평가했다.

다만 재계는 이 같은 상법 개정안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보이고 있어 향후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이사는 '회사의 이익'을 위해 일하는 사람이고, 주주 이익까지 고려하면 의사결정이 위축될 수밖에 없다는 게 재계의 입장이다.

익명을 요구한 재계 관계자는 "회사에 손해가 나더라도 주주의 이익만을 위해 배당성향을 높일 수는 없는 일"이라며 "회사를 위한 이사회의 의사결정이 주주의 이익과 상충됐을 경우 '이사의 충실의무'를 둘러싼 법리적 논쟁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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