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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바이오 '오리온-레고켐' 좋은 M&A 사례될까···관건은 '지속성'

유통·바이오 제약·바이오

'오리온-레고켐' 좋은 M&A 사례될까···관건은 '지속성'

등록 2024.01.16 15:41

유수인

  기자

"오리온·OCI, 엑싯 성격 아닌 듯···'바이오' 답 찾아" 오리온, 레고켐 지분 25% 확보하며 최대주주 올라서빅파마에 2조원대 기술수출, 'ADC' 개발 자금 확보

바이오 업계는 오리온-레고켐바이오의 딜이 최근 진행돼 온 업계의 M&A(인수합병) 사례들과 달리 진정성을 띄고 있어 긍정적 시너지를 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그래픽=박혜수 기자바이오 업계는 오리온-레고켐바이오의 딜이 최근 진행돼 온 업계의 M&A(인수합병) 사례들과 달리 진정성을 띄고 있어 긍정적 시너지를 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그래픽=박혜수 기자

'초코파이' 판매 기업으로 잘 알려진 제과기업 오리온이 항체-약물접합체(ADC) 전문기업 레고켐 바이오사이언스(이하 레고켐바이오)를 인수하며 바이오 사업을 본격화하고 있다. 바이오 업계는 이번 딜이 최근 진행돼 온 업계의 M&A(인수합병) 사례들과 달리 진정성을 띄고 있어 긍정적 시너지를 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레고켐, 오리온 계열사로 편입···바이오 투자 4년만 항암제 시장 진출

1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오리온에게 제약·바이오 분야는 숙원 사업이다. 그룹 지주사인 오리온홀딩스는 지난 2020년 바이오 사업 진출 선언 후 이듬해 중국 현지 합자법인 설립을 마쳤고, 국내 백신 전문기업 큐라티스, 혈액기반 결핵진단키트 개발기업 수젠텍 등과 업무협약을 맺었다. 바이오사업 초기인 만큼 직접 제품을 개발하기 보다는 국내 바이오 벤처와 손을 잡는 방식을 택했다.

지난 2022년엔 신규 자회사 오리온바이오로직스(오리온바이오)를 출범시켰다. 오리온 바이오 사업을 빠르게 안착시키기 위해 치과질환 치료제 벤처기업 '하이센스바이오'와 60 대 40의 지분비율로 오리온바이오를 꾸렸으나 아직까지 뚜렷한 성과는 없는 상황이다.

이런 와중에 오리온은 최근 5500억원을 투자해 레고켐바이오의 지분 25%를 확보하며 항암제 개발 사업에 뛰어 들었다. 레고켐바이오는 자체 개발한 차세대 ADC 원천기술을 통해 항암제를 연구개발하고 기술이전하는 사업모델을 가진 바이오 기업이다. 김용주 대표이사를 포함한 경영진들이 '내 손으로 글로벌 신약을 만들어 보겠다'는 꿈을 가지고 LG생명과학에서 나와 2006년 5월 레고켐바이오를 설립했다.

ADC는 특정 항원에만 반응하는 '항체'에 치료 효과가 있는 '화학 약물'을 부착하는 기술이다. 기존 화학요법과는 달리 정상세포가 아닌 종양세포만을 표적하고 사멸시키도록 설계돼 새로운 종류의 항암제로 급부상 중이다.

한국바이오협회와 리서치앤마켓 등에 따르면 ADC의 글로벌 시장 규모는 연평균 약 22%씩 성장해 2026년 약 130억 달러(약 16조5500억원)로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오리온이 전날 공시한 내용에 따르면, 이번 지분 인수는 제3자 배정 유상증자 및 구주 매입을 통해 이뤄진다. 인수 주체는 홍콩 소재 오리온 계열사인 팬오리온코퍼레이션으로 중국 지역 7개 법인의 지주사다. 팬오리온코퍼레이션은 오리온이 95.15% 지분을 보유한 자회사다.

오리온은 제3자 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해 5만9000원에 796만3283주를 배정받았다. 구주는 창업자 김용주 대표이사와 박세진 사장으로부터 기준가 5만6186원에 140만주를 매입해 총 936만3283주를 확보해 전체 지분의 25% 이상을 갖는 최대주주가 된다. 대금 납입 예정일은 오는 3월 29일이다.

인수 절차가 마무리되면 오리온은 레고켐바이오를 계열사로 편입하며, 기존 경영진 및 운영 시스템은 변함없이 유지한다.

오리온은 레고켐바이오 지분 인수로 글로벌 빅파마(제약사)가 주목하고 있는 ADC 항암 치료제 시장에 내딛게 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오리온은 해당 분야 지속 성장을 위한 사업 포트폴리오 확대와 바이오 분야의 경쟁력 강화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구상이다.

"엑시트 목적 M&A 아닌듯···신약개발 사업 이해도가 관건"

이번 오리온의 레고켐바이오 지분 인수를 두고 시장의 반응은 엇갈리고 있다. 오리온의 실적 타격을 우려하는가 하면 이종사업 투자에 따른 시너지 효과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반대로 인수 규모가 레고켐바이오의 기업가치에 비해 적다는 시각도 있다. 레고켐바이오는 ADC 항암신약 기술 수출 규모가 누적 8조원이 훌쩍 넘을 정도로 플랫폼 역량이 입증된 바이오기업이기에 제과기업인 오리온과의 협력이 아쉽다는 평가다.

레고켐바이오의 '콘쥬올'(ConjuALL) 플랫폼은 ▲항체의 특정 부위에 정확하고 일정하게 약물을 연결하는 기술 ▲ADC에 연결된 약물이 혈중에서 방출되지 않게 해주는 안전한 링커 ▲약물이 정상세포 및 혈중에서 분해됐을 경우 세포독성을 일으키지 않도록 비활성화 상태로 유지시켜 주는 기술이 결합돼 있다.

이 세 가지 중점 기술력이 포함돼 ADC의 궁극적인 난점인 혈중 세포독성 약물의 방출, 정상세포 공격에 대한 부작용 문제점을 극복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에 레고켐바이오는 지난 2015년 중국의 포순제약에 유방암 치료제 후보물질 'LCB14'(HER2-ADC) 기술이전을 시작으로 ADC분야 글로벌 리딩 기업인 일본 다케다의 자회사 밀레니엄, 영국 ADC전문개발사 익수다, 중국 시스톤, 미국 픽시스, 체코 소티오 바이오텍 등과 계약을 맺었고, 지난해 다국적 제약사 얀센에 TROP2 타깃 ADC 항암 신약 후보물질 'LCB84'를 17억 달러(약 2조2400억원) 규모로 기술이전하는 계약을 체결해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해당 계약엔 선급금 1억 달러(약 1300억원)와 단독 개발 권리행사금 2억 달러(약 2600억원), 개발·허가·상업화 등에 따라 발생하는 단계별 마일스톤이 포함되고 순매출 발생에 따른 로열티는 별도다.

양사는 현재 레고켐바이오가 진행하고 있는 미국 1/2상 임상시험을 공동으로 진행하고, 단독개발 권리행사 이후에는 얀센이 전적으로 임상개발 및 상업화를 책임질 방침이다.

일각에선 이번 계약이 그간 바이오기업들의 M&A 형태와 달리 바이오 분야에 진정성을 띄고 있어 긍정적 신호가 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보툴리눔 톡신 기업 휴젤, 줄기세포치료제 개발 기업 메디포스트 등이 진행한 M&A는 사모펀드(PEF) 운용사를 통해 인수를 추진한 만큼 엑싯(투자금 회수) 성격이 짙었는데 오리온은 그렇지 않다는 설명이다.

메디포스트는 국내 PEF 운용사인 스카이레이크에쿼티파트너스·크레센도에쿼티파트너스 컨소시엄에 경영권을 매각했고, GS는 국내 PEF 운용사 IMM인베스트먼트, 싱가포르계 바이오 투자 전문 운용사 C-브리지캐피탈, 중동 국부펀드 무다발라 등 4자 연합으로 구성된 GS컨소시엄을 꾸려 휴젤을 인수했다.

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상임부회장은 "PEF 운영사를 통한 M&A는 머니게임 성격이 있다. 그런데 이번 한미그룹과 통합하는 OCI나 오리온은 그간 바이오 사업을 하고 싶었는데 방향성을 못 잡았던 곳으로, 이번 M&A에도 진정성이 있는 것 같다"며 "특히 오리온은 그간 바이오텍에 투자를 많이 했었다. 투자한지 4년만에 답을 찾은 것 같다"고 평가했다.

그는 "레고켐바이오의 경우에도 기업을 파는 쪽이라면 인수 규모를 더 키울 수 있었을 거다. 엑싯을 고려했었다면 (이번 인수 계약) 규모가 작다고 말할 수도 있을 것"이라며 "경영진과 운영방식을 그대로 가는 것이다 보니 이는 먼 미래에 방점을 찍고 투자한 것이라고 본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종기업간 협력을 통해 실질적인 시너지 효과를 내기 위해선 신약개발에 대한 이해와 지속성이 관건이라는 게 이 부회장의 주장이다.

신약개발은 통상 10년 이상의 시간과 막대한 자금이 소요된다. 이마저도 성공을 담보할 수 없어 바이오산업은 대표적인 하이리스크-하이리턴(high-risk, high-return) 사업으로 꼽힌다.

그는 "한미약품그룹이나 레고켐바이오 모두 신약 R&D 베이스 기업이다. OCI와 오리온이 그 사업의 흐름을 가슴으로 이해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자금이 만만치 않게 들어갈 것"이라며 "레고켐이나 한미 모두 큰 규모의 라이선스 아웃 경험이 있어 우려는 적을 것으로 보인다. 잘 된다면 좋은 선례가 되겠다"고 말했다.

김용주 레고켐바이오 대표는 16일 주주 서한에서 오리온과의 전략적 제휴를 통해 세계적 신약연구개발 회사로 도약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김용주 레고켐바이오 대표는 16일 주주 서한에서 오리온과의 전략적 제휴를 통해 세계적 신약연구개발 회사로 도약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레고켐 "오리온은 최적의 파트너···ADC 항암제 개발로 글로벌 탑 도약"
레고켐바이오는 이번 오리온의 투자로 확보한 자금을 임상개발에 투입해 세계적 신약연구개발 회사로 도약하겠단 포부다.

김용주 레고켐바이오 대표는 이날 주주 서한을 통해 "수년 전부터 레고켐바이오의 독자경영을 존중하면서, 신약연구개발이 가진 하이리스크-하이리턴 속성을 이해하며 20% 이상의 지분을 가질 장기적이며, 우호적인 전략적 파트너를 찾기 위한 노력을 해왔다"며 "지난 협상과정을 통해 오리온이 저희가 찾던 최적의 전략적 파트너란 확신을 하게 됐다"고 오리온과 협력하게 된 배경을 언급했다.

그는 "제과업을 주력사업으로 하며 발 빠른 글로벌시장 진출 등의 전략으로 안정적인 성장을 해 온 오리온그룹은 바이오 진출을 통해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었고 그 대상으로 저희 회사를 선택했다"며 "오리온은 레고켐바이오가 지난 18년 동안 걸어온 길에 대한 깊은 신뢰를 보여 주었고, 저를 포함한 경영진이 더 적극적으로 연구개발을 추진하는데 있어 한 식구로서 지원하고 함께 힘을 모으겠다는 확고한 의지를 보여 주었다"고 강조했다.

이어 "ADC 항암제가 급부하고 있는 가운데 레고켐바이오는 선두 경쟁사들을 추월하고 후발 주자들을 따돌리기 위해 더욱 공격적 연구개발을 전개하기로 결심했다"며 "이에 지난 연말 VISION 2030 조기달성 전략을 마련하고,연간 4~5개 후보물질 발굴, 5년 내 10개의 임상 파이프라인 확보, 면역항암제를 포함한 새로운 미래 ADC 선두주자 등극이라는 야심찬 계획을 수립했다"고 했다.

김 대표는 "이러한 목표달성을 위해서는 향후 5년여에 걸쳐 약 1조원의 연구개발 자금이 필요하다. 현재 회사가 보유한 2200억의 자금과 수년 내 예상되는 수천억의 기술이전 수익 외에 추가로 5000억의 자금 확보가 필요했고, 이 자금 조달을 이번 오리온과의 전략적 제휴를 통해 확보하고자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VISION 2030 조기달성 전략을 차질 없이 진행하며 ADC 분야 글로벌 탑 플레이어 달성의 길을 같이 걸어가겠다. 이번 전략적 제휴가 제 오랜 꿈을 실현하는데 있어 앞으로 남은 가장 중요한 결정이었다고 생각한다"며 "가까워진 꿈의 실현에 제 마지막 남은 힘을 모두 쏟아 부을 것이다. 저와 경영진, 그리고 모든 임직원들은 세계적 신약연구개발 회사로 우뚝 서는 그날까지 열정을 다해 일할 것이며, 든든하신 주주님들이 저희와 함께 해 주실 것임을 굳게 믿는다"고 덧붙였다.

허인철 오리온 부회장은 "세계적인 바이오 기업으로 성장하고 있는 레고켐바이오와 함께 글로벌 신약 개발을 위해 대규모 투자를 결정"했다며 "최대주주로서 사업이 안정적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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