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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작년 미국 정복한 현대차, 노조·의회·트럼프 넘을 카드는?

산업 자동차

작년 미국 정복한 현대차, 노조·의회·트럼프 넘을 카드는?

등록 2024.03.19 07:38

박경보

  기자

일본차 급성장에 경쟁심화···판매가격 내려가고 인센티브↑노조가입 확대에 비용증가 우려···의회는 전기차 '견제구'트럼프 당선 시 전기차 타격···"HEV 생산확대로 대응해야"

작년 미국 정복한 현대차, 노조·의회·트럼프 넘을 카드는? 기사의 사진

지난해 미국에서 사상 최대 판매실적을 달성했던 현대차에 올 들어 악재가 잇따라 쏟아지고 있다. 경쟁 심화에 따른 재고 및 인센티브 증가, 현지공장 노조가입 확대, 미국 의회의 전기차 견제, 도널드 트럼프 재선 가능성 등 '회색코뿔소'가 들이닥친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전문가들은 일본 브랜드처럼 하이브리드 라인업을 강화해야 한다면서도 지나친 비관론을 경계했다.

19일 완성차업계와 증권가에 따르면 지난 2월 미국 자동차시장은 전년 동기 대비 약 10% 증가한 124만8000여대로 추정된다. 반면 같은 기간 현대차(6만5000대)는 5.8% 증가하며 성장세가 둔화됐고, 3% 감소한 기아(5만9000대)는 3개월 연속 역성장 행진을 이어갔다.

현대차‧기아와 달리 일본브랜드들은 하이브리드 판매 호조와 엔저 등에 힘입어 높은 성장세를 유지했다. 지난 2월 혼다의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32.3% 급증했고, 판매 1위인 토요타도 16.2%나 늘었다. 닛산 역시 전년 동기 대비 29% 증가한 9만3000대로 집계했다. 일본브랜드들이 미국 자동차 시장의 확대를 견인한 셈이다.

일본브랜드를 중심으로 경쟁이 심화되면서 현대차‧기아는 재고 확대, 인센티브 증가, 판매가격 하락 등 삼중고를 겪고 있다. 유진투자증권에 따르면 미국 자동차 시장의 2월 평균 판매가격은 4만4045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4.1% 떨어졌다.

이는 재고 증가에 따른 저렴한 트림의 판매 비중 확대, 전기차의 가격 할인경쟁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추정된다. 전체적인 판매량은 늘었지만 현대차 등 완성차업체들의 수익성은 위축됐다는 얘기다.

특히 현대차는 올해 미국 전기차 시장에서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불확실성에 빠져있다. 미국 의회가 노골적으로 현대차의 전기차 판매를 견제하고 있는데다 '전기차 무용론'을 주장하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어서다.

미국 의회 "현대차 리스 전기차 보조금, IRA 취지 어긋나"


현대차기아‧제네시스는 지난해 미국시장에서 약 11만7000대의 전기차를 판매해 테슬라에 이어 판매 2위 자리에 올랐다. 현대차그룹은 당초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시행에 따른 보조금 미지급으로 전기차 판매가 어려울 것으로 예상됐었다.

하지만 현대차와 기아는 보조금 지급 대상인 리스 판매를 큰 폭으로 늘리면서 높은 시장 점유율(7.9%)을 확보했다. IRA 규정에 따르면 북미에서 최종 조립한 전기차만 최대 7500달러의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지만 리스 등 상업용 차량은 이 같은 요건에서 제외된다.

이에 미국 의회조사국(CRS)은 지난 1일 현대차가 리스 등 상업용 전기차에 보조금을 지급하는 예외 규정을 활용하고 있다는 내용을 담은 보고서를 발간했다. 현대차가 북미에서 생산하지 않는 아이오닉5에 대해 7500달러의 리스 보너스를 받을 수 있다고 광고하는 건 IRA 제정 취지에 어긋난다는 지적이다. CRS에 따르면 IRA 시행 전 5%였던 현대차의 전기차 리스 비중은 지난해 40%를 넘어섰다.

2024년 10월부터 전기차 양산에 들어갈 HMGMA 조감도. 사진=현대차그룹 제공2024년 10월부터 전기차 양산에 들어갈 HMGMA 조감도. 사진=현대차그룹 제공

미국 의회가 현대차의 전기차 판매를 견제하자 일각에선 IRA의 예외 규정이 사라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현대차그룹은 오는 10월부터 전기차 신공장(HMGMA)을 가동할 예정이지만, 예외 규정이 삭제될 경우 수개월간 보조금 공백이 불가피하다.

또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오는 11월 미국 대선에서 당선될 가능성이 높은 것도 현대차에 부담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재임 당시 수입산 자동차와 부품에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한 바 있다. 멕시코에서 미국에 수출되는 자동차에도 25%에 달하는 관세를 부과하려고 했지만 원산지 기준을 충족하면 260만대까지 추가 관세를 면제하는 것으로 완화됐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앞서 지난 1월에도 자신의 SNS에 "앞으로 전기차는 전부 중국에서 생산될 것"이라며 "전기차는 내연기관차보다 생산에 필요한 노동자 수가 적고, 소비자도 전기차를 그렇게 원하지 않는다"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업계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집권할 경우 전기차 보조금 예산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대선 앞두고 노조리스크 커지고 전기차 시장 위축 우려


대선을 앞두고 영향력을 키우고 있는 전미자동차노조(UAW)도 현대차‧기아를 압박하고 있다. 최근 UAW는 현대차를 비롯해 토요타, 폭스바겐 등 현지에 공장을 둔 완성차업체를 대상으로 노조 가입 캠페인을 전개하고 있다. 현지 매체 등에 따르면 현재까지 현대차 근로자의 약 30% 이상이 노조 가입 카드를 작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UAW가 교섭권을 얻기 위해선 근로자 70% 이상 노조에 가입해야 하기 때문에 당장 노조가 결성된다고 보긴 어렵다. 다만 현지 근로자들의 노조 가입 움직임이 임금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국내와 마찬가지로 미국에서도 노조리스크에 발목이 잡힐 수도 있다는 얘기다.

현대차‧기아의 품질 이슈도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국내에서 17만대 규모의 전기차 리콜을 결정한 현대차그룹은 미국 시장에서도 전기차 리콜을 추진한다. 또한 최근 미국 도로교통안전청(NHTSA)은 제네시스 일부 세단모델 2만8000여대가 엔진화재 위험으로 리콜된다고 밝혔다.

현대차 미국 앨라배마 공장에서 준중형SUV 투싼이 생산되고 있다. 사진=현대차 제공현대차 미국 앨라배마 공장에서 준중형SUV 투싼이 생산되고 있다. 사진=현대차 제공

일각에선 현대차‧기아가 미국에서 '회색코뿔소'를 맞게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회색코뿔소'란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던 위험의 가능성을 지나쳤다가 더 큰 위험에 처하게 되는 상황을 뜻한다.

전문가 "공급망 강화하고 하이브리드로 적극 대응해야"


전문가들은 현대차가 미국시장에서 수요가 집중되고 있는 하이브리드의 라인업을 늘리고 생산체계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특히 협력사들이 하이브리드 생산과 전동화 전환을 잘 따라올 수 있도록 공급망 강화에 힘써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김용현 한국폴리텍대학 부산캠퍼스 전기자동차과 교수는 뉴스웨이와의 통화에서 "여론조사에서 앞서가고 있는 트럼프가 당선될 경우 자동차 산업의 방향성이 하이브리드를 포함한 내연기관차로 바뀔 가능성이 있다"며 "현대차는 하이브리드에 대한 충분한 기술력을 갖고 있기 때문에 전기차 신공장을 하이브리드 혼류생산 방식으로 운영하는 등 유연하게 대처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또 권용주 국민대학교 자동차운송디자인학과 교수는 "현대차는 미국시장에서 아직까지 전기차 보조금을 받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결국 하이브리드차의 판매가 중요하다"며 "다만 하이브리드의 생산을 늘리기 위해선 부품 협력사들에게 (판매에 대한)확신을 줄 수 있어야 할 것"고 강조했다.

이어 "미국의 대통령이 할 수 있는 건 행정명령으로 연비규제를 강화하는 정도"라며 "미국의 자동차 수출국들은 이미 전동화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고, 완성차 빅3도 이미 전동화에 많은 투자를 단행한 만큼 트럼프가 당선된다고 해도 전동화 전환의 흐름은 바뀌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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