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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전기차 속도조절 나선 미국···현대차·기아 '절호의 기회'

산업 자동차

전기차 속도조절 나선 미국···현대차·기아 '절호의 기회'

등록 2024.03.22 07:39

박경보

  기자

배출가스 규제 완화한 바이든···"블루칼라 표 의식"친환경차 풀라인업 구축···테슬라·일본차에 경쟁우위전동화 전환 방향성은 유지···"현행 전략 유지해야"

전기차 속도조절 나선 미국···현대차·기아 '절호의 기회' 기사의 사진

미국 행정부가 전기차 보급 속도조절에 나서면서 현대차‧기아가 패권을 거머쥘 절호의 기회가 왔다는 전망이 나온다. 친환경차 풀라인업을 갖추고 있는 만큼 미국 완성차 빅3(GM‧포드‧스텔란티스)와 테슬라와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다는 평가다. 다만 전문가들은 글로벌 전기차 산업이 정치적인 결정에 의해 좌지우지되고 있다며 일관된 전기차 전략을 고수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22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미국 환경보호청(EPA)은 20일(현지시각) 2032년 미국 판매 신차 중 전기차 판매 비중을 56%까지 높이기로 확정했다. 이는 2030년 전체 신차의 약 67%를 전기차로 채우겠다는 기존 계획 대비 완화된 내용이다.

미국 에너지부(DOE)는 지난해 4월 전기차의 환산 연비를 72% 하향 조정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이 연비 측정법에 따르면 현대차 코나EV의 연비는 426MPGe에서 120MPGe로 낮아지고, 니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의 연비는 113MPGe에서 79MPGe로 하향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이번에 확정된 규제안에 따르면 환산연비 조정 시점은 2026년에서 2030년까지 점진적 도입으로 늦춰졌다. 최종 목표치도 기존 72%에서 65%로 하향 조정됐다.

2027~2032년식 연비 규제안도 완화됐다. 당초 2030년 전기차 판매비중은 57%, 2032년 67%까지 맞춘다는 계획이었지만 2032년 35%~56%로 대폭 완화됐다.

미국 행정부는 오는 11월 있을 대통령 선거를 의식해 전기차 보급속도를 늦춘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의 자동차 산업에 종사하는 블루칼라 노동자들은 일자리 감소를 우려해 전기차 전환을 반대해왔다.

숀 페인 전미자동차노조(UAW) 위원장은 지난해 4월 미국의 배출가스 규제 초안이 공개된 이후 "전기차 전환에 대한 우려로 조 바이든 대통령의 재선 캠페인에 대한 지지를 보류할 수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미국의 배출가스 규제가 완화와 전기차 보급속도 지연의 최대 수혜자는 현대차‧기아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경쟁사들과 달리 하이브리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전기차, 수소전기차 등 친환경차 풀 라인업을 보유하고 있어서다.

현대차 아이오닉6가 테슬라 슈퍼차저를 이용해 충전하고 있다. 사진=현대차 북미법인 제공현대차 아이오닉6가 테슬라 슈퍼차저를 이용해 충전하고 있다. 사진=현대차 북미법인 제공

이재일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환경규제 완화로 천문학적인 벌금 리스크에서 벗어나고 내연기관차 판매를 통한 높은 수익성을 2030년 이후까지 유지할 수 있게 됐다"며 "전기차 판매 강제 정책이 사라지면서 전기차 판매를 위한 출혈 경쟁에 뛰어들 필요도 없어졌다"고 평가했다.

또 김용현 한국폴리텍대학 부산캠퍼스 전기자동차과 교수는 "바이든 행정부가 대선을 앞두고 블루칼라의 표를 의식해 전기차 보급속도를 조절한 것으로 보인다"며 "친환경차 풀라인업을 보유한 현대차‧기아에게 기회이자 호재"라고 분석했다.

업계에 따르면 토요타 등 일본 브랜드들은 하이브리드 시장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지만 전기차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GM, 포드, 스텔란티스 등 미국의 완성차 빅3는 대규모 투자에도 전동화 경쟁력을 끌어올리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미국의 전기차 시장에서 압도적인 입지를 구축하고 있는 테슬라도 전기차만 판매한다는 한계가 있다. 미국의 주요 자동차 브랜드 가운데 현대차‧기아만 환경 규제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다는 얘기다.

반면 일각에선 미국이 전기차 속도조절이 현대차‧기아의 시장 입지에 큰 영향을 주지 못할 것이란 시각도 있다. 전기차 보급의 속도만 늦춰졌을 뿐, 전동화 전환의 방향성은 달라지지 않아서다.

이항구 자동차융합기술원 원장은 "미국의 배출가스 완화정책과 하이브리드차의 강세가 장기적으로 오래가진 못할 것으로 본다"며 "전기차 보급 완화는 오히려 부품업계에 혼란만 주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지난해 현대차‧기아가 미국에서 판매한 150만대 가운데 전기차는 15만대를 넘는 수준으로, 아직 물량이 많지 않다"며 "앞으로 모든 브랜드들의 전기차 물량이 늘어나기 때문에 전기차 보급이 늦춰진다고 해도 현재의 전동화 전환 전략을 유지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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