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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모닝·레이·캐스퍼만 남았다···'불황형 자동차'의 시대 끝났나

산업 자동차 K-경차 30년①

모닝·레이·캐스퍼만 남았다···'불황형 자동차'의 시대 끝났나

등록 2023.07.17 08:26

수정 2023.07.17 08:57

김다정

  기자

1991년 최초 경차 '티코' 후 줄줄이 단종, 역사 속으로2012년 20만대 판매 후 내리막길···현대·기아만 명맥값싸고 연비 좋은 차 기지개···신차 효과로 깜짝 반등

1990년대는 국내 경차 시장의 태동기이자 전성기였다. 그래픽=이찬희 기자1990년대는 국내 경차 시장의 태동기이자 전성기였다. 그래픽=이찬희 기자

1991년 5월, 대우국민차는 아주 작고(Tiny) 편안한(Comfortable) 차 하나를 시장에 내놨다. 바로 우리나라 최초의 경차 '티코'다.

'작은 차, 큰 기쁨'이라는 슬로건을 내건 티코는 본격적인 '마이카시대'가 도래하던 1990년대 초 폭발적인 인기를 누렸다. 당시 300만원으로 저렴하게 출시된 티코는 출시 첫해에만 3만대가 팔리며 지금까지 '국민차'로 회자되고 있다.

오랜 기간 경차 시장을 독점해오던 티코의 인기가 계속되자 현대차는 1997년 아토스를 내놓았다. 그러자 대우자동차는 티코 이후 새로운 경차 모델인 마티즈로 맞불을 놨다. 이후 기아 비스토, 모닝, 레이와 마티즈를 모태로 한 한국지엠 스파크 등이 연이어 출시되며 본격적인 경쟁 구도가 만들어졌다.

현재 아토스는 2002년 후속 모델 없이 단종을 맞이했고, 기아 비스토 역시 2003년 단종됐다. 지난해 10월 한국GM 스파크까지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1990년대 '마이카 시대' 활짝···2010년대 저물어가는 시장
'마이카(My car) 시대'를 활짝 연 1990년대는 국내 경차 시장의 태동기이자 전성기였다.

특히 IMF 외환위기라는 당시 시대상과 맞물려 실속 있는 소비를 권장하는 분위기도 한몫했다. 정부의 세제 혜택 덕에 경차는 한때 전체 신차 판매의 25%를 차지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저렴한 가격과 뛰어난 연비를 앞세운 경차에 국민차라는 이미지가 각인된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30여년이 흐른 지금, 경차의 시대는 저물어가고 있다. 2010년대 들어 국내 경차 시장은 급격하게 쪼그라들기 시작했고, 현재는 현대차·기아의 모닝, 레이, 캐스퍼만 남아 명맥을 이어가는 상황이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에 따르면 국내 경차 판매량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였던 2012년 21만2313대로 최대치를 보인 후 하락세를 타고 있다. 2000년대 후반만 해도 매년 15만대 안팎에 경차가 판매됐으나 20만대 선이 깨진 이후 계속 곤두박질을 치더니 2020년에는 기어이 10만대 밑으로 떨어졌다. 이어 2021년에는 2년 연속 10만대 미만 판매를 기록하며 자존심을 구겼다.

모닝·레이·캐스퍼만 남았다···'불황형 자동차'의 시대 끝났나 기사의 사진

경차 판매량이 급감한 것은 복합적인 이유가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그중 대표적으로는 최근 자동차 소비문화가 고급화·대형화로 변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크고 비싼 차를 선호하는 성향이 뚜렷해지면서 2010년 후반부터는 현대차 코나, 기아 셀토스, 쉐보레 트레일블레이저 등 소형 SUV가 경차 수요를 대신하고 있다. 또한 안전성이 떨어진다는 인식이 퍼진 것과 높아진 국민소득 등도 악영향을 끼쳤다.

실제로 한국GM은 "차세대 CUV 트랙스 크로스오버 생산을 결정하면서 공장 인프라를 개선한 데에 따른 조치"라며 쉐보래 단종 이유를 설명한 바 있다.

제조사 입장에서도 경차는 수익성이 높지 않기 때문에 돈 안 되는 경차에 신차 개발비를 투입할 이유가 없다. 그렇기 때문에 유일하게 명맥을 이어가는 현대·기아차도 경차는 100% 위탁 생산을 맡기고 있다.

특히 현재 국내 경차는 2008년 개정된 자동차관리법에 따라 엔진 배기량이 1000cc 미만으로 묶여있는 만큼 성능 개선에 대한 투자 요인이 적다.

반면, 소비자 입장에서는 최근 판매되는 경차에서 가격 측면의 이점을 찾기 어렵다. 출고가는 1000만원대 초중반에서 시작해 최고 등급에 선택품목을 모두 넣은 '풀옵션'의 경우 2000만원에 육박한다.

실례로 최근 기아가 출시한 3세대 모닝의 부분 변경 모델의 가격은 1.0ℓ 가솔린 승용 모델이 1315만~1655만원이다. 여기에 8인치 내비게이션(75만원),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20만원), LED 헤드램프(85만원) 등 풀옵션 가격은 1925만원이다.

소비자의 눈높이는 점점 높아지는 가운데 자연스럽게 국내 경차 신차 출시는 뜸해지면서 선택의 폭은 좁아지고, 경쟁차가 없는 시장구조 상 가격 상승을 부추기고 소비자에게 외면받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값싸고 연비 좋은 경제형 자동차···불황에 더 빛난다
최근 주춤한 것은 사실이지만 국내 경차 시장은 다시 기지개를 켤 준비를 하고 있다. '값싸고 연비 좋은 경제형 자동차'라는 인식 속에서 경차에 대한 수요는 꾸준히 존재하기 때문이다.

경차의 연간 자동차세는 10만3780원으로, 1.6ℓ급 승용차의 3분의 1 수준이다. 또 연간 30만원의 유류세가 환급되고, 고속도로 통행료도 50% 할인된다. 이 밖에 자동차 보험료와 수리비도 일반 승용차 대비 상대적으로 저렴하다.

실제로 지난해 침체했던 경차 시장에 인기 열풍이 불었다. 국내 경차 판매량은 지난 2019년 이후 3년 만에 10만대를 넘어 13만2911대를 기록했다. 전년 대비 35% 증가하며 반등에 나선 것이다.

고유가, 고금리에 따른 경기 불황으로 부가 비용과 유지비가 저렴한 경차를 찾는 수요가 늘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불황형 자동차'로 꼽히는 경차는 일반적으로 경기 침체기에 잘 팔리는 경향이 있다. 외환위기가 닥친 1998년의 경차 판매량은 직전 연도 대비 2배 가까이 늘어났고,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경차 판매량은 꾸준히 늘어 2012년에는 정점을 찍은 바 있다.

부진했던 경차 시장이 다시 살아나는 또 다른 배경으로는 '신차효과'를 꼽을 수 있다. 유일한 경차 시장을 이끌게 된 현대차‧기아는 신차 출시와 부분 변경 모델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현대차는 2002년 아토스 이후 19년 만에 경차를 출시하면서 키 큰 경차를 선호하는 시장의 흐름을 그대로 반영해 지난 2021년 9월 '최초의 경형 SUV' 캐스퍼를 출시했다. 지난해 2월에는 캐스퍼 후속 모델로 넉넉한 적재 용량(940ℓ)을 확보한 '캐스퍼 밴' 판매를 시작했다.

그 결과, 캐스퍼는 지난해 4만8002대 팔리며 침체된 경차 시장에 구원투수로 등판했다. 사전 계약 첫날에만 1만8941대가 계약되며 현대차 최다 기록(내연기관차 기준)을 세우기도 했다. 이는 그만큼 신형 경차에 대한 소비자들의 요구가 높았다는 것을 방증한다.

올해 들어서는 기아의 레이가 분위기를 주도하고 있다. 차급을 넘어서는 넓은 공간을 강점으로 내세워 캠핑·차박을 즐기는 젊은 세대를 공략하고 있다.

지난해 기존 '2인승 밴 모델'에 더해 국내 최초 1인승 다목적 모델인 '레이 1인승 밴'을 출시하는가 하면 작년 9월 부분 변경 모델을 선보였다. 겉모습은 같지만 기본차, 2인승 밴, 1인승 밴 등 고객의 요구에 따라 전혀 다른 차가 될 수 있는 셈이다.

최근에는 모닝이 2017년 출시한 3세대의 2차 부분 변경 모델로 차명을 '더 뉴 모닝'으로 바꾸고 대대적 상품성 개선을 거치면서 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다. 경차 최초 LED 헤드램프와 내비게이션 기반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 등 차급을 넘는 고급 장비를 채택했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는 "국내 경차 시장은 모델 수가 적고 인센티브도 확대되지 않아 판매 증가에 어려움이 있었다"면서도 "최근엔 경차가 오토캠핑용으로 주목받고 있고, 부분 변경 모델로 상품성 개선 속도가 빨라지면서 판매량이 회복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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