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연준 금리 동결에 인상 압박 덜어낸 한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이번 동결로 우리나라 기준금리(3.5%)와의 격차는 2.0%포인트로 유지됐다. 연준이 인상을 단행했다면 금리 역전 차는 역대 최대치를 다시 한번 갈아치우게 돼 다음 달 열리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금리 인상을 압박하는 주요인이 됐을 것으로 보인다. 한은은 한숨 돌리게 됐지만 연준이 연내 한 차례 더 인상을 예고한 만큼 고민은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美 연준의 '동결'···연내 한 차례 더 인상 예고
연준은 19~20일 진행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이후 발표한 성명에서 기준금리를 현재 5.25~5.50%에서 유지한다고 밝혔다.

지난 6월 FOMC에 이어 올해 들어 두 번째 금리 동결이다. 이에 따라 한미 간 금리차도 최대 2.00%포인트에서 멈췄다.

연준은 성명에서 "최근 지표상 경제활동이 견고한(solid) 속도로 확장되고 있고, 일자리 창출은 몇 달간 둔화했지만 여전히 강력하고 실업률은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경제 회복세와 관련 지난 7월 성명에서 '적정한 속도'라고 밝힌 것에서 좀 더 낙관적인 태도를 드러냈다는 분석이다.

다만 파월 의장은 긴축 기조를 이어갈 것이라는 뜻을 강조했다. 그는 기자회견에서 "적절하다고 판단할 경우 우리는 금리를 추가로 올릴 준비가 돼 있다"며 "우리는 인플레이션이 하락해 정책 목표 수준으로 안정화됐다고 확신이 들 때까지 긴축적인 통화정책을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수의 FOMC 위원이 금리를 인상하지 않는 것보다 한 차례 더 인상하는 편이 적절하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날 공개된 점도표를 보면 올해 말 최종금리 중간값으로 5.6%(5.5~5.75%)를 제시했다. 이는 지난 6월 전망치와 같은 수준이다.

결국 연말까지 한 차례 베이비스텝(0.25%포인트 금리 인상)을 단행할 수 있다는 뜻이다. 또한 점도표에 따르면 내년 최종 금리 중간값은 5.1%(5.0~5.25%)여서 높은 금리를 상당 기간 유지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내달 금통위, 가계부채‧인플레이션 불확실 높은만큼 '동결' 무게
한은은 미 연준의 통화 긴축 기조가 장기화할 가능성에 주목하는 모습이다.

이날 오전 유상대 부총재보 주재로 열린 시장 상황 점검 회의에서 "FOMC 회의에서는 정책금리가 동결됐지만 올해 중 추가 인상 가능성을 계속 열어두고 내년 말 정책금리 전망을 상향 조정하는 등 긴축 기조도 상당 기간 지속할 것임을 시사했다"고 진단했다.

이어 "향후 미국 등 주요국의 물가 및 경기 상황, 국제 원자재가격 움직임, 그리고 이에 따른 통화정책 긴축 기조 장기화 가능성 등이 국내외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면밀히 모니터링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일단 한은은 금리 격차가 2.00%포인트에서 더 벌어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당장 인상 압박을 조금이나마 덜어낸 모습이다.

미국과의 금리 역전 차를 두고 그간 한은은 "기계적인 수치(차이)에 따라 통화정책을 결정하는 것이 아니다"며 "통화정책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지만 지금까지 상황을 보면 외화 유출 등의 우려하는 상황은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하지만 금리차가 더 벌어지는 것을 그냥 두고 볼 수도 없다. 지속적인 우려 제기는 오히려 경제에 혼란을 줄 수 있어서다.

그 때문에 이달 통화정책을 결정하는 금통위가 열리지 않는 만큼 내달 열리는 회의에 관심이 쏠린다.

미 연준이 추가 인상을 예고한 만큼 셈법이 복잡해질 수밖에 없어서다. 금리를 올리게 되면 시장금리가 연쇄적으로 오르며 민간 소비 위축 등의 부작용을 불러올 수 있다. 이미 가파르게 오른 기준금리 영향으로 이자 부담이 늘어난 상황이어서 추가적인 기준 금리 인상은 고민스러울 수밖에 없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경제 성장률이 회복세에 들어서는 듯 했지만 여전히 낮은 수준을 기록하면서 경기 부진 우려도 끊임없이 이어지는 상황이다.

여기에 최근 증가세를 보이는 가계부채 역시 문제다. 가계대출 대부분이 부동산 시장과 연결되어 있다는 점에서 구조적인 문제도 생각해야 한다는 뜻이다.

여기에 소비자물가 상승률 역시 고려 대상이다. 지난 7월까지 기저효과로 인해 2%대의 물가상승률을 기록했지만 8월엔 다시 3%대로 뛰어올랐다. 한은은 연말까지 3% 내외에서 등락할 것으로 보고 있지만 국제 유가 등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이런 이유로 당분간 긴축 기조를 유지하면서 '동결'을 이어갈 것이란 분석이 힘을 얻는다. 동결을 통해 기준금리 인상 효과를 지켜보면서 '추가 인상' 등을 거론하며 긴축 메시지를 보낼 것이란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