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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사-빅테크, ‘적과의 동침’ 속 ‘생존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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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대 금융지주 회장, 신년 화두는 ‘디지털·플랫폼’
“그룹 서비스 혁신해 빅테크 전방위 공습 대응”
“오프라인·전문성 등 강점 살려 서비스 차별화”
이종산업과 동종업계 넘나드는 협업 시도 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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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박혜수 기자

주요 금융그룹 CEO가 일제히 ‘디지털’과 ‘플랫폼’을 신년 화두로 내세웠다. 네이버·카카오 등 빅테크의 금융시장 진입으로 금융·비금융의 경계가 흐릿해지는 ‘빅블러’ 현상이 가속화하는 만큼 대응태세를 갖추자는 취지에서다. 특히 신기술과 같이 도움이 필요한 영역에선 손을 잡되, 자체 경쟁력을 높임으로써 시장에서의 우위를 굳히자는 게 이들의 메시지다.

◇5대 금융그룹 회장 “새해 플랫폼 기업 도약”=4일 금융권에 따르면 윤종규 KB금융 회장은 신년사에서 “‘KB스타뱅킹’이 그룹의 ‘슈퍼 앱’으로 자리잡고 계열사 앱과 상호연계·보완을 강화하도록 모든 역량과 자원을 집중할 것”이라며 “소비자 경험 개선을 통해 중장기 전략목표인 ‘사랑받는 넘버원 금융플랫폼’이 되도록, 혼연일체의 노력을 기울이자”고 밝혔다.

특히 윤종규 회장은 “자산과 이익 규모에서 많은 격차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리딩금융그룹’인 KB보다 ‘인터넷 전문은행’이 시장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면서 “시장의 냉정한 평가를 겸허히 받아들이고 KB가 플랫폼 기업으로서 얼마나 가치 있고 잘 준비된 조직인지 증명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도 새해를 맞아 디지털 전환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그는 “소비자는 이제 금융사의 규모와 수익이 아닌 경험의 가치에 움직이고 있다”며 “‘신한웨이(WAY) 2.0’을 바탕으로 신한만의 소비자 경험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룹사의 디지털 플랫폼 전반을 ‘바르게, 빠르게, 다르게’ 운영해 빅테크·플랫폼 기업과의 경쟁에서 당당히 앞서 나가자”며 임직원을 독려하기도 했다.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은 이른바 ‘강점의 레벨업’이란 과제를 제시했다. 종합금융그룹으로서 가진 전문성과 특유의 역량을 살려 빅테크와 맞서자는 의미다.

김정태 회장은 “우리는 빅테크가 가지지 못한 강력한 오프라인 채널을 보유하고 있다”면서 “이를 소비자 중심의 옴니채널로 탈바꿈하고 사람이 꼭 필요한 영역에서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그는 ‘디지털 퍼스트’ 전략을 제시하며 “구호의 나열로 그칠 게 아니라 그룹의 디지털 핵심 기반부터 재설계해야 한다”는 철학도 공유했다.

그룹 완전민영화 체제를 이끈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 역시 ‘디지털 초(超)혁신’이란 비전을 꺼내들었다. 자회사의 플랫폼을 개선함으로써 전세대가 일상에서 ‘우리금융 플랫폼’을 가장 먼저 떠올리도록 만들겠다는 게 그의 포부다. 그 일환으로 우리금융은 MZ세대(밀레니얼·Z세대)를 겨냥한 ‘웰스테크’ 플랫폼을 준비하고 있다.

손병환 농협금융 회장은 소비자 관점에서 디지털 사업을 차별화할 것을 제안했다. 일상 속에 금융서비스를 녹여내도록 니즈를 정확히 파악하고 필요하다면 사업모델과 일하는 방식까지도 과감히 바꿔야 한다는 주문이다.

보험업계의 분위기도 다르지 않다. 전영묵 삼성생명 사장은 “연금명가를 재건하고 젊은 소비자의 니즈를 만족시킬 혁신상품 개발을 서둘러야 한다”며 “디지털 역량을 획기적으로 강화해 디지털 퍼스트무버가 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홍원학 삼성화재 사장도 “적극적인 디지털화를 통해 미래를 준비할 것”이라며 “빅데이터 기반의 역량을 강화하는 등 영업에서 보상에 이르기까지 모든 부문의 디지털화를 추진해 나갈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은행부터 마이데이터까지”…빅테크 전방위 공습에 ‘긴장’…혁신과 협업으로 대응=5대 금융그룹 CEO가 연초에 한 목소리를 낸 데는 빅테크의 시장 잠식으로 전통 금융사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는 위기감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 토스뱅크 등 인터넷은행을 중심으로 금융시장의 패러다임이 바뀌는 가운데 새로운 기업이 속속 등장하며 치열한 경쟁을 예고하고 있어서다.

카카오페이의 경우 올해 디지털 손해보험사 예비허가를 바탕으로 출범을 앞두고 있다. 이미 카카오페이는 메리츠화재와 손잡고 30~50대 직장인을 겨냥한 보험 서비스 개발에 착수하는 등 반반의 준비를 이어왔다.

이달 본격화하는 마이데이터 서비스도 금융권의 긴장과 기대를 동시에 불러일으키는 이벤트다. 마이데이터는 은행·보험·카드사 등에 흩어진 개인신용정보를 모아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산업을 뜻한다. KB국민은행·네이버파이낸셜·비바리퍼블리카 등 33개 기업이 뛰어들었다.

금융당국은 마이데이터 사업이 시행됨에 따라 업권 내 정보의 독점을 막고 서비스 혁신을 촉진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는 곧 ‘초개인화 서비스’를 놓고 금융사와 핀테크 등 산업의 경계를 넘나드는 경쟁이 시작됐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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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홍연택 기자 ythong@

◇금융권, ‘협업’으로 미래 시장 대응=이에 전통 금융사는 이종산업과 동종업계를 아우르는 전방위적 협업에 나섰다. 빅테크·핀테크의 IT기술은 물론 경쟁사의 서로 다른 DNA를 공유함으로 새로운 흐름에 대비하고 있다.

플랫폼 기업과 손을 잡은 보험업계가 대표적이다. 삼성생명은 ‘토스’의 비바리퍼블리카와 협약을 맺고 판매 채널의 혁신을 시도한다. 회사 서비스를 토스의 인증·알림·페이 등 기능과 연계하고 데이터 교류로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한편, 플랫폼 내 전용 페이지도 마련할 예정이다.

교보생명과 교보문고, 교보증권 등도 카카오뱅크와 공동 사업에 착수했다. 카카오뱅크 플랫폼을 활용해 상품을 출시하고 장기적으로는 교보문고의 비금융데이터로 대안신용평가모델도 개발한다.

우리은행은 한화생명·한화투자증권·한화자산운용 등 한화 금융계열 3사와 디지털 사업을 준비 중이다. 첫 결과물로 우리은행 모바일 앱 ‘우리원(WON)뱅킹’에 주식투자서비스를 탑재해 국내외 상장주식 매매서비스를 제공하기로 했다. 아울러 글로벌 협력을 추진하는 한편, 보험 마케팅, 연금상품 개발 등에도 공조할 계획이다.

이번 동맹은 보험·증권사가 필요한 우리금융과 은행을 거느리지 않은 한화그룹이 힘을 모은다는 점에서 업계 전반의 시선을 모으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산업간 경계가 모호해지는 미래 시장에서 도태되지 않으려면 금융회사도 스스로의 울타리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면서 “여러 기업 간 유기적 결합을 바탕으로 사고를 전환해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차재서 기자 sia0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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