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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견된 불발에도 당혹···대우조선 다시 격랑 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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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重·대우조선 합병 무산]
LNG선 독과점에 발목···재매각 불가피
이미 수개월 전부터 기업결합 불허설 솔솔
사업 경쟁력은 회복, 재무개선 작업 중단될듯
2008년 매각전 흥행, 대기업들 사업시너지 기대
現 수소·이차전지로 눈 돌려, 업황사이클도 부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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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중공업그룹의 대우조선해양 인수가 최종 불발됐다. 수개월 전부터 유럽연합(EU)의 기업결합 불허설이 제기된 만큼, 예견된 결과였다. 하지만 인수합병(M&A) 무산이 막상 현실화되니, 국내 조선업계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EU 집행위원회는 13일(현지시간) 한국조선해양과 대우조선해양의 기업결합을 승인하지 않는다고 발표했다. EU는 불허 이유로 두 기업의 결합은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시장에서 지배적인 위치를 형성해 경쟁을 저해한다는 점을 들었다.

인수주체인 현대중공업그룹은 EU 발표 직후 입장문을 내고 “EU 공정위의 결정은 매우 비합리적이며 유감스럽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현대중공업그룹은 지난 2년간 ‘조선시장은 단순히 기존의 시장 점유율만으로 지배력을 평가하는 것이 불합리하다’는 의견을 EU 측에 피력해 왔다며 억울함을 토로했다. 이는 세계적으로 뛰어난 전문성을 보유한 법률자문사와 경제분석 컨설팅기업으로부터 자문을 받은 내용이다.

또 EU가 우려한 LNG선 시장의 경우, 국내 삼성중공업을 비롯해 중국 후동조선소, 일본 미쓰비시, 가와사키 등 유효 경쟁자들이 이미 시장에 존재한다는 점을 지적했다.

현대중공업그룹은 “오래 전 조건 없는 승인을 내린 싱가포르와 중국 공정위의 결정에 반하는 불허결정을 내린 것에 대해 매우 유감”이라며 “최종 결정문을 면밀히 검토한 후 EU 법원을 통한 시정요구 등 가능한 대응방안을 종합적으로 마련하겠다”고 덧붙였다.

또다른 조선업계 한 관계자는 “현대중공업이 과거 대우조선해양 인수전에 참전했을 당시에도 독과점 우려가 불거졌었다”면서도 “그때와 상황이 많이 바뀌었지만, 여전히 자국 선사 이익만 대변한다는 점이 아쉽다”고 말했다.

조선사 기업결합 심사의 경우, 한 국가라도 미승인 결정을 내리면 M&A 자체가 취소된다. 현대중공업이 EU의 불허 판결을 번복할 방안을 찾겠다고 밝혔지만, 가능성은 불투명하다.

당장 두 조선사가 받을 타격은 크지 않다. 하지만 대우조선해양 최대주주(55.7%)인 산업은행이 국유화에 부정적인 기조를 보이고 있는 만큼, 다시 M&A 시장 매물로 나올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대우조선해양은 자체 사업 경쟁력을 회복한 상태다. 지난해의 경우 조선업 호황에 힘입어 수주 목표를 140% 초과달성했고, 수주 목표액도 40% 가량 뛰어넘은 108억달러를 기록했다.

하지만 재무개선 작업이 중단된다. 지난 3분기 말 연결기준 대우조선해양 부채비율은 297%에 달하는데, 부채 분류시 692%로 3배 가까이 상승한다. 여기에 전환사채까지 포함하면 4085%까지 치솟는다.

당초 대우조선해양은 현대중공업에서 유입되는 1조5000억원의 자금으로 재무건전성을 회복한다는 계획이었지만, 인수 무산으로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이다. 잇달은 수주 낭보에도 불구, 실제 매출에 반영되려면 통상 3년 가량 소요된다는 점은 이 같은 우려를 키우고 있다.

재매각에 나서더라도, 2008년과는 분위기가 다를 것이란 게 시장의 대체적인 분위기다.

과거 대우조선해양 매각전에는 다수의 대기업이 관심을 보였다. 포스코그룹과 GS그룹, 한화그룹, 두산그룹, SK그룹, 현대그룹, STX그룹 등은 노골적으로 인수 의사를 내비쳤다.

포스코는 대우조선해양의 선박 분야에 눈독을 들였다. 선박 제작용 후판은 전체 선박 건조 비용의 약 15%를 차지한다. 포스코는 안정적인 철강 수요처를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을 느꼈다.

GS그룹은 GS칼텍스와 GS건설 등 에너지, 유통, 건설 등 전반적인 사업구조를 강화할 수 있다는 측면을 긍정적으로 판단했다.

한화그룹은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놓고 ‘제2의 창업’이라는 각오를 세웠다. 에너지와 플랜트 사업뿐아니라 금융업-선박 파이낸싱 효율성도 기대했다. 군함정 등 방산사업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는 점 역시 반영됐다.

치열한 눈치싸움과 합종연횡 끝에 우선협상대상자에는 한화그룹이 선정됐다. 하지만 곧이어 불어닥친 글로벌 금융위기로 경영난이 가중되면서,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포기했다.

시장에서는 여전히 포스코그룹과 한화그룹, SK그룹, GS그룹, 효성그룹, SM그룹을 잠재적 인수 후보로 꼽고 있다. 철강과 건설, 정유, 해운, 친환경에너지 사업 등과 수직적 시너지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EU가 국내 조선사와의 기업결합을 반대한 만큼,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은 자동으로 배제된다.

하지만 거론 그룹들이 이미 수소나 이차전지, 항공우주, 탄소섬유 등 미래 먹거리를 낙점하고 대규모 투자를 진행한다는 점에서 인수전 참전 가능성을 낮춘다. 사이클을 타는 조선업황 특성상 3~4년 주기로 불황기가 찾아온다는 점과 중후장대 산업 매력도가 떨어졌다는 점도 부담이다.

일각에서는 산은이 새 주인을 찾기 위해 외국 자본 유입을 허용할 것이라는 시각도 나왔다.

정부는 이날 관계부처 합동 보도자료를 내고 “대우조선의 근본적 정상화를 위해서는 민간 주인 찾기가 필요하다는 것이 정부의 일관된 입장”이라고 밝혔다.

이세정 기자 s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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